필연이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존재가 이제는 국민의힘 차기 권력 다툼의 뇌관이 되고 있다. 명실공히 '원탑'인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공공연히 '윤핵관 중의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에 대한 얘기다.
권 원내대표는 13일 장제원 의원의 지난 11일 의총 불참과 관련해 "장제원과 나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추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잘 지내고 있고 지역구 일이 있어 불참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굳이 이런 설명들이 필요한 이유는 조용히 돌던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과의 균열설이 이준석 당 대표 징계 이후 지도부 체제 정비를 계기로 수면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와 관련해 의총에서는 6개월 간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총의가 모아졌다. 이 자리에 불참했던 장 의원은 의총 전날인 10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 윤한홍 의원, 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들과 만난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가 없는 한 이 대표의 징계를 '(복귀를 전제로 한)사고'로 보고,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며 당헌당규 검토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다음 날 최고위 등 잇따른 의원 모임에 이어 의총까지 거치며 일사천리로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사실상 추인을 얻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직무대행 체제 대신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장 의원이 '연속 불참'을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장 의원과 가까운 친윤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직무대행 체제를 수용했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미묘하게 다르다"며 "이 대표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머지야 당이 알아서 하라는 정도지 윤 대통령이 일일이 꼬집어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당의 내홍을 어떻게 정리하고 국정 안정에 보탬이 될까를 고민하는 '방법론'의 차이에서만 각 입장이 해석된다면, 두 윤핵관 사이가 균열 혹은 갈등으로까지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을 노린다는 점, 장 의원은 차기 사무총장을 기대한다는 점이 서로 충돌하면서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틀어지는 순간이 올 것(국민의힘 다선 의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당장 장 의원의 입장을 옹호하는 쪽에서부터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를 하는 현 체제든, 차기에 정식 당 대표가 되든 이미 윤핵관인 권성동 밑에서 역시 윤핵관인 장제원을 배치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어떻게 보이겠냐"고 하는 상황이다. 당 대표와 사무총장을 모두 윤핵관 몫으로 두는 건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불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설명이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면 내년 5월까지가 임기인 권 원내대표는 당대표 출마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 전대가 필요 없는 직무대행 체제를 유도했다는 해석도 이쪽에서 주로 나온다.
두 윤핵관의 입장 차이가 주목 받는 배경은 당내에 윤석열 대통령과 유기적으로 통하는 창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여야의 검수완박 법안 합의 등 원내 이슈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등 당내 이슈 모두에서 국민의힘의 시선은 '윤심은 무엇인가'에 쏠렸다.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윤 대통령의 원론적 메시지 뒤 '참뜻'을 알아보기 위해 결국 윤핵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됐던 이진복 정무수석은 10일 만찬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 공식 서열 1위인 권 원내대표와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한다고 알려진 장 의원 가운데 '누가 더 대통령의 뜻을 잘 파악하는가'로 물음표가 모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구도가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장 의원이 친윤그룹 세력화 논란을 빚었던 민들레 모임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모임에 우려를 나타냈던 권 원내대표와 자신의 사이를 '형제'에 빗대 "A brother is a brother,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라고 말했지만, "이 대표의 부재와 향후 변수에 따라 차기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를 두고,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 사이 간 경쟁 관계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국민의힘 관계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