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초유의 집권 여당 대표 직무정지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이를 살펴보고 있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의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이 해당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공소시효 등 법률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데다가, 애초 '성 상납이 있었다'는 사실 여부 입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 증인마저 '증거인멸 의혹'에 연루돼 있는 등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사가 난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를 서울구치소에서 두 차례 접견 조사했다. 의혹과 관련한 주변인 조사는 모두 마친 상황으로, 이 대표의 소환 조사만 남아 있다.
이 대표와 관련한 경찰 수사의 핵심은 크게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형법상 증거인멸 교사'로 나뉜다. 알선수재 혐의는 이 대표가 김 대표로부터 2013년 7월 11일과 8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성 접대를 받고, 그 대가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것이 골자다.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형법상 알선수재와는 달리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직무에 대해 알선하고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하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마치고 방송 활동을 하던 상황이었는데, 대통령 동선을 짜는 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알선수재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미 만료가 됐다. 이에 김 대표 측은 2013년 두 차례 성 접대를 포함해 2016년까지 이 대표에게 20여차례 접대를 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접대 날짜를 기준으로 하면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접대를 하나로 간주해 '포괄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괄일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적용하려면 각 접대 행위가 포괄적으로 '단일한 범죄 의사'를 갖고 이뤄졌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만약 접대의 대가를 박 전 대통령과 김 대표의 만남으로 본다면 실제 만남이 2013년 11월에 이뤄졌기 때문에 앞선 접대와 이후 접대의 성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 관련 경찰 수사의 또 다른 핵심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다. 지난해 말 성 상납 의혹이 최초로 폭로된 이후 이 대표가 김철근 정무실장을 시켜 아이카이스트 의전 담당이었던 장모씨를 만나 7억원의 투자유치 각서를 써주고 '성 접대는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받아 왔다는 게 골자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징계 심의에 회부조차 하지 않았다. 윤리위는 '증거인멸 교사'만을 두고 심의를 진행했고,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행위가 소명됐고, 그 자체만으로도 중대하다고 본 셈이다.
반면 경찰의 시각은 다르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만 따로 적용해 결론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선행 사건인 성 접대 의혹을 먼저 사실로 밝혀내야 한다. 성 접대 여부를 밝히지 못할 경우 그로부터 파생하는 증거인멸이나 교사 등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
이때 '성 접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룸살롱에서의 접대 행위는 카드 내역이나 목격자 진술 등 여러 객관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입증이 가능하지만, 이후 성매매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진술이 아니면 입증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김 대표 측은 성 접대 당시의 동선과 일정, 룸살롱 접대를 담당한 장씨와 김 대표 간의 문자메시지 등 성 접대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들을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또 성접대를 밝힐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장씨가 '성접대는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써주는 등 증거인멸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점도 경찰 수사의 난항으로 꼽힌다. 증거인멸교사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성접대를 먼저 입증해야만 하는데, 그 입증을 위한 핵심 증거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증거인멸 교사 혐의 수사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이 대표의 정치적 생사(生死)가 달린 형국이다. 만약 경찰이 혐의 입증에 성공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경우 '확인 사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다면 이 대표가 6개월 뒤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조만간 이 대표의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