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근길 브리핑 중단…지지율 급락 속 장관들 '기강 잡기'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항상 해오던 출근길 브리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한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급락하는 지지율로 인해 브리핑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파격적인 '출근길 기자회견', 취임 두 달 만에 '잠정 중단'

대통령실은 11일 오전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소통관 기자실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공지한다"며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대통령 출입기자 중 11명이 확진된 상태다. 전날 대통령실은 모든 출입기자들에게 허용되는 대통령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풀'(pool) 취재 형식으로 변경하기로 했었다.

풀 취재는 기자들끼리 순번을 정해 소수의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출근길 현장을 취재하고, 취재 내용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 공유해 보도하는 형식이다. 대통령 공식 행사 등은 보안 등의 이유로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일방적으로 취재 자체를 중단시킨 것이다. 반면 이때까지만 해도 오후 3시로 잡혀있던 윤 대통령의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일정은 여전히 기자의 풀 취재가 진행되기로 돼 있었다. 같은날 출근길 브리핑은 취재가 중단되고, 다른 일정은 풀 취재가 허용된다는 대통령실의 계획에 일부 기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것과 출근길 브리핑 잠정 중단을 연관 지어 해석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8~9일 전 국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5%, 부정 평가는 60.8%로 집계됐다.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8.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8.9%p 상승한 수치로, 계속해서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자진 사퇴 등으로 인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데다, 윤 대통령 특유의 직설 화법이 때로는 거칠게 해석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잠정 중단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잠정 중단한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여러 실언들이 지지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평가한 것 같은데, 정제된 방식으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회피하는 게 절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직접 기자실에 내려와 "(코로나19) 핑계로 (약식 기자회견을) 그만 두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며 "그럴 생각이었으면 전날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코로나19 변종이 확산되고 있고, (기자들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걱정이 많다"며 "상황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다시 (약식 기자회견을)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기재부 업무보고 일정이 시작되기 직전 기자들의 풀 취재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중단했다.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나 관련 영상들은 제공되지 않았고, 관련 내용은 서면 브리핑으로 전해졌다.

尹, 장관들에게 독대 보고 받아…"현안 잘 이해하는지 확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종민 기자

지지율 하락세에 대통령실은 고민이 깊지만, 결국은 민생·경제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각 부처 업무보고가 며칠에 걸쳐 예정돼 있는데, 역시 경제 부처부터 보고를 받는 모양새다.

이날 업무보고 자리는 윤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 등 소수 인원들만 참석해 밀도 높게 대화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경제 전반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하고 참석자들과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추 부총리가 한 명의 배석자도 없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하는 형식이었다"며 "업무보고는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늘어난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도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추 부총리에게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발표한 물가 및 민생 안정 대책의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원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 달라"며 "고물가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세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제가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고 발언했던 것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통령 업무보고라는 것이 정해진 수순에 따라 수십 명씩 와서 보고하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일종의 쇼였다"며 "그런 방식이 아니라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최소한의 참모들만 참석해 현안의 뿌리까지 들여다 본다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각 장관들이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현안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대통령과 장관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째날인 12일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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