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와 보컬을 소화하는 기량과 활동곡의 대중성 등 여러 면에서 '실패'라고는 겪어보지 않은 듯한 그이지만, 내심 한계를 느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반영하기보다는, 표현하는 '퍼포머'로서 전면에 서 있던 위치를 돌아보기도 했다. '보는 음악'보다는 '듣는 음악'에 초점을 맞춰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이유다. 이번에는 선공개 없이 두 장의 앨범에 각각 8곡, 9곡을 꽉 채웠다. 팬들과 청자에게 깜짝 선물을 주는 기분으로 준비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청하의 두 번째 정규앨범 '베어&레어 파트 1'(Bare&Rare Part. 1) 앨범 기자간담회가 MC 훈 사회로 열렸다.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 나오는 건 정규 1집 이후 1년 5개월 만이라 많은 취재진으로 현장이 북적였다.
전작들과 다르게 본인 내면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이번 앨범에서 청하는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그는 "곡을 제가 작곡했다기보다는 앨범 전체적인 그림이나 색감, 색채 하나하나 결정하는 것에 거의 다 참여하려고 했다. 그래서 저에게는 되게 벅차고 힘든, 부담이 많이 있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청하는 1번 트랙부터 차례로 신곡을 소개했다. 첫 트랙 'XXXX'는 네 개의 X자가 깨진 유리 조각 같다는 데서 착안해 지은 제목이다. 날카로운 사운드 위로 나른한 목소리를 더해 "스스로의 한계점을 깨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담긴 곡을 완성했다.
타이틀곡 '스파클링'은 BPM 16의 빠른 속도 위에 하이퍼바이브와 청하의 단단한 보컬을 더했다. 톡 쏘는 탄산음료처럼 쿨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청하는 "말 그대로 반짝반짝하다"라며 "팬분들 이름이 별하랑이고 뜻이 서로를 비추고 반짝이게 해 주자는 건데, 타이틀곡 가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정말 적합한 곡이 나오지 않았나. 굉장히 신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청하와 자주 합을 맞춰 온 안무팀 '라치카'가 '스파클링' 안무를 담당했다. 조만간 나올 '베어&레어' 두 번째 앨범도 라치카와 함께했다. 청하는 "가비 언니가 진짜 귀여운 안무를 짜 준 게 있는데 아직도 제가 그 안무에 적응을 못 했다"면서 "귀여움과 상큼함에 포커싱한 것 같다. 데뷔 초기의 모먼트를 담았다"라고 전했다.
"솔직하고 과감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크레이지 라이크 유'(Crazy Like You)는 여성 솔로 가수 비비와 함께했다. 청하는 "거침없고 솔직한 아티스트랑 해 보고 싶었는데 비비님밖에 생각이 안 났다. 여성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걸 팬분들도 원했는데 그 갈증을 해소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드림'(California Dream)은 경쾌한 기타 리프와 무게감 있는 베이스라인 위로 청량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곡으로,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선 워터밤 무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청하는 "거기서 뭘 새롭게 해 드리면 좋을까 싶어서 이 곡을 선물하게 되었다"라고 부연했다.
가장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곡은 6번 트랙 '굿 나잇 마이 프린세스'(Good Night My Princess)다. 본인의 어린 시절이 많이 담겨 작사하기까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고 말문을 연 청하는 "새벽에 출근하는 엄마의 발걸음이 무거워질까 봐 깨어 있음에도 이불 속에서 나지막한 인사를 전하는 얘기"라며 "엄마에게는 한 번도 (이 노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다. 엄마가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자신에 대한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있었으나,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벗어났다는 게 청하의 설명이다. 그는 "제가 두 달간 녹음한 곡이 스물네 곡이다. 공개되지 않은 피처링곡도 남아있고, 각각 다른 곡이다 보니 해석하고 소화하는 데에 두 달이란 시간이 저한테는 되게 타이트했다. 그런 해석을 좀 더 빨리하는 능력치가 키워졌다. 녹음실에서 거의 살았는데 녹음실이 막혀 있지 않나. 솔직히 되게 답답하더라. 그런 (의미의) 한계점을 말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번 '베어&레어' 앨범은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을 추구한 앨범이기도 하다. 스스로 '퍼포머'라고 정의하고, 주변에서도 '댄서'라는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변화를 주고 싶었다. 청하는 "'충분히 음악으로도 많은 다양성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구나' 하는 부분을 조금 노렸다고 할까. 되게 좋은 곡이 많아서 저 스스로도 이 곡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도전정신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내면의 이야기를 음악에 녹이려 했던 이유도 설명했다. 청하는 "'케렌시아'가 공개되고 나서, 꽉꽉 채워 완성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허한 기분이 들었다. 공감되지 않는, 공감하고 싶지 않은 가사가 있었다거나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난 이것보단 저런 음악을 하고 싶은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과연 내가 좋아하는 색감과 재질은 뭘까에 관한 고민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저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제 목소리를 조금 더 과감하게 내비쳐도 되지 않을까, 다음 앨범에는 용기를 갖고 해봐야겠다 했다"라고 밝혔다.
"회사에서는 많은 서포팅을 해 주신 만큼 엄청 좋은 성적을 기대"할 것이라고 운을 띄운 청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만족도'였다. 그는 "저에게는 성취감이 가장 중요한 앨범이었다. 제가 스스로 만족해야 하기에 과정이 중요했다. (지금) 굉장히 만족감이 꽉꽉 차 있는 상태여서 많은 분들께도 그런 기분을 안겨드리고 싶다"라고 바랐다.
청하의 정규 2집 '베어&레어 파트 1'은 오늘(11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