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6시 5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2022 스트릿 우먼 파이터 리유니온 콘서트 [더 넥스트 에라](THE NEXT ERA)'가 열렸다. 지난해 8월 시작한 후 오랫동안 회자할 멋진 무대는 물론 '언니들 싸움이다' 등 무수한 유행어를 낳으며 사랑받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크루들은 올해도 K-댄스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여덟 팀이 모두 무대에 올라 '두 더 댄스'(Do the dance) 군무를 춘 후, 팀별 무대가 이어졌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팀 '원트'는 '스낵'(snack)과 '블릭 블릭'(blick blick) 무대를 연이어 선보였다. 효진 초이는 발목 부상으로 컨디션이 100%가 아니어서 초반 무대에는 함께 서지 못했다.
라치카는 멤버별로 짤막한 개인 무대로 구성한 배틀 믹스와 '김미 더 라이트'(gimme the light)를 보여줬다. 각자 소개 멘트를 넣어 캐릭터를 강조하는 한편, 단체 무대를 마치고 나서도 능청스럽게 '바이'(bye)라고 하며 엔딩 포즈를 짓는 등 넘치는 끼를 발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함성과 응원이 허용된 공연이었기에, 크루들은 이를 만끽했다. 원트 엠마가 '원트'를 선창하면 관객들이 '사랑해'를 외치게끔, 라치카 가비가 '라치카'라고 하면 관객들이 '헤이'를 외치게끔 유도했다. 효진초이는 "함성이 가능한 공연인 만큼, 아까보다 더 뜨겁고 열정적인 함성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다음 무대는 웨이비였다. 웨이비는 '스냅 요 핑거스'(snap yo fingers)와 '파티 피플'(party people) 무대를 준비했다. 힘 있게 출발한 첫 무대에 이어 돌출 무대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3:2로 배틀하듯 연출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크루 첫 무대로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을 준비한 코카N버터는 광택 나는 소재의 후드를 뒤집어쓴 단체복을 입고 나와 타 팀과 차별화된 '통일성'에 초점을 맞췄다. 템포가 느린 음악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다섯 번째 팀은 홀리뱅이었다. 흰옷을 입고 나온 홀리뱅은 천천히 흐르지만 비트가 선명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로 그루브를 타는 무대를 선사했다. 무대 말미에 자연스레 박수를 유도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끝났다.
프라우드먼은 지난달 종영한 엠넷 서바이벌 '퀸덤2'에 나온 '탐이 나'로 무대에 올랐다. 검은 옷을 입은 멤버들은 한 편의 발레를 보는 듯 고혹적이면서도 우아한 동작으로 매력을 뽐냈다. 마치 '스우파'에서 미션을 하듯 잘 짜인 한 편의 작품을 보는 듯했다. 팀별 무대 중 프라우드먼 때 가장 큰 함성이 나온 이유다.
홀리뱅 허니제이는 "진짜 탐난다. 탐이 나, 아주 탐이 나"라며 멋진 무대를 보여준 프라우드먼에게 다시 한번 박수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오늘 딱 그거였다. 잘 봐, 언니들 무대다! 잘 보셨죠?"라고 물었다. 홀리뱅은 "홀리홀리홀리 뱅뱅뱅"이라는 팀 구호를, 프라우드먼은 "자존감 자존감 자존감"이라는 팀 구호를 외쳐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YGX는 '포메이션'(formation)과 '포즈'(pose)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훅은 '예!'(Yeah!)로 흥을 돋웠다. 라치카 가비가 무대에 깜짝 등장했고, 훅 멤버들이 가비를 가운데에 두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듯한 몸짓을 해 환호가 커졌다.
리정은 "훅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였다. 박수! (반응이) 폭발했다, 폭발했어. 그리고 저희도 잘했죠?"라고 되물었다. 아이키는 "YGX와 훅 무대 어떠셨냐. 와, 반응이 난리 났다. 어제도 좋았고 오늘도 좋은 것 같다"라며 "(두 팀은) 스우파의 사랑둥이들"이라고 자랑했다.
중간 영상에서는 △댄서로 살면서 춤추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 △춤을 추게 하는 원동력 △'스우파' 이후 가장 달라진 점 △'스우파' 하면 가장 떠오르는 장면 △다시 보고 싶은 배틀 등을 주제로 출연진의 인터뷰가 나왔다.
두 번째 배틀은 '연신내즈'로 훅 아이키와 코카N버터 리헤이가 겨뤘다. 둘 다 본명이 '혜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여기에 아이키는 "우리 공통점은 그냥 뭐 항상 찢는 거?"라고 말했다. 리헤이가 "방송 때부터 자꾸 만나는 거 같은데 정말 만나기 싫다. 누가 이길까 솔직히 궁금하시겠지만 무섭다"라며 웃자, 아이키는 "내가 더 무서워"라고 한술 더 떴다.
팀을 대표하는 리더들의 대결인 만큼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안으려는 리헤이를 뿌리치는 듯한 동작을 선보인 아이키에 이어, 리헤이는 아이키에게 주먹질을 하거나 뒷발질하는 듯한 강도 높은 도발로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배틀 킬러' 리헤이의 승이었다.
마지막 배틀은 '레전드 콩순이' 편이었다. 라치카 피넛과 프라우드먼 립제이가 맞붙었다. 가비는 피넛이 "떨리니까 즐겁게 하자"고 했지만, 상대인 립제이가 "뭘 즐겁게 해, 제대로 해"라고 했다고 밝혀 폭소가 터졌다.
인터미션(중간 휴식 시간)에는 올여름 방송을 앞둔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의 여덟 크루가 무대를 꾸몄다. 위댐보이즈'(WeDemBoyz) '원밀리언'(1MILLION) '어때'(EO-DDAE) '뱅크투브라더스'(BIIB) '엠비셔스'(MBTIOUS) 'YGX' '프라임킹즈'(PRIME KINGZ) '저스트절크'(JustJerk)가 순서대로 글로벌 K댄스 미션 무대를 짧게 보여줬다. 각 팀 리더들은 본인 팀을 자랑하며 미션용 영상 시청 및 좋아요를 권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열리는 '스우파' 콘서트에 사전 고지되지 않은 '스맨파' 크루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첫 번째 미션 무대를 펼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일부 '스우파' 팬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방적으로 게스트를 추가해 소비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 골자였고, '스맨파' 출연을 취소하지 않을 시 보이콧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현장 관객들은 '스맨파' 크루들에게도 박수와 응원을 보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스우파' 2부는 유닛 무대로 열었다. 2002년 월드컵을 연상케 하는 추억의 패션으로 싸이 '새' '챔피언' 무대를 꾸민 '위트' 팀, 이와는 완전히 상반되게 섹시한 분위기의 무대를 준비한 '핫' 팀이 등장했다. 위트 팀 소속이자 올해 스무 살이 된 선윤경은 자신을 핫 팀으로 소개하고, 핫 팀 멤버들 곁으로 가 어필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지효는 "(처음에는) 낯을 되게 많이 가렸는데 연습하자마자 다들 이렇게(열심히) 했다"면서 "다른 팀 멤버들과도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홀리뱅의 '코코샤넬'(Coco Chanel) '더 인터넷'(The Internet) '소시 산타나'(sauce santana) 무대는 구성에 신경 썼다는 인상이 강했다. 느린 템포 곡에서도 확실한 웨이브가 눈에 띄었고, 허니제이의 솔로 댄스도 발군이었다. 엉덩이를 강조한 안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맨발로 등장한 프라우드먼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땡크풀 데이'(thankful day)로 차별화를 꾀했다. '우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우리 모두' 행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케이데이는 "프라우드먼 하면 구성력을 되게 좋아해 주시지 않나. (거기에) 되게 중요한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이 있다. 팀원들이 어떻게 해오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싶었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예쁜 그림을 만드는 데는 (여러분의) 사랑과 정성스러운 응원 덕분이라고 (이) 무대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가비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스우파' 콘서트라는 생각이 든다.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희가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는 거다. 축제 같은 느낌을 선사하고 싶어서 가장 핫하고 즐겁게 해봤다"라고 설명했다.
훅은 엑소의 대표 히트곡 '으르렁'(Growl)을 들고나왔다. 의상 콘셉트까지 남학생들의 교복으로 맞춰 각 잡힌 군무를 선보였다. 중간 댄스 브레이크와 시차별 안무가 인상적이었고, 어떻게 하면 관객의 호응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노련미가 보여서 재미있었다.
YGX는 '필링 유'(feeling you)와 'bbumttam'으로 무대를 마무리하는 것처럼 하다가, 블랙핑크 '포에버 영'(forever young)으로 다시 시동을 걸어 호응을 받았다. 리정은 물을 본인 물에 쏟는 엔딩으로 함성의 주인공이 됐다. 이를 본 효진초이는 "무슨 일이냐? 워터밤을 만들어놨다"라며 "막내니까 용서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 같이 하는 마지막 무대를 앞둔 멤버들은 각자 소감을 전했다. 뤠이젼은 "전국 투어를 한 번 돌고 나서 너무 오랜만에 만들었지만 너무 재미있었고,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이) 많이 볼 수 있을까 하며 되게 즐기면서 무대를 만들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가비는 어마어마한 어깨 볼륨이 들어간 의상을 가리키며 "저희 뽕만큼 큰 행복 가져가셨으면 좋겠다"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겼다.
효진초이는 "부상 때문에 좀 많이 겁이 났다, 콘서트 서는 것 자체가. 저한테 용기를 준 저희 멤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저는 사실 꿈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스우파' 이후) 사람 최효진으로서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허니제이는 "사실 저는 '스우파' 끝나고 이렇게 여러분들의 사랑이 오래갈지 몰랐다. 인기는 한때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너무 지속적으로 저희에게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보셔서 알겠지만 댄서들이 끼가 정말 많고 여러 방면으로 도전하는 게 많으니 그때마다 아낌없이 응원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라며 "무대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도 꼭 와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멤버들은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 아닌 거 아시죠?(엠마), "저희는 절대 끝이 아니고요. 이제 시작이고요"(아이키) 등의 말로 이날의 공연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모니카는 "항상 감사드린다. 저희 한참 멀었다. 사실 끝이 아니다"라며 "여러분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저 욕심 많지만 또 욕심내겠다. 또 응원해 달라"라고 바랐다.
전 출연진은 '24k 매직'(24k magic)과 신드롬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헤이 마마'(hey mama), 그리고 '스테이'(stay) 무대를 마지막으로 약 3시간 반 동안의 공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