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테니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에 빛나는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이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끝내 최고 권위의 윔블던 4강전 출전을 포기했다.
나달은 7일(현지 시각)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4035만 파운드·약 642억3000만 원)가 진행 중인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클럽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남자 단식 4강전 기권 의사를 밝혔다. 나달은 "건강과 행복을 위해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자 단식 세계 랭킹 4위 나달은 전날 8강전에서 14위 테일러 프리츠(25·미국)와 무려 4시간 21분 혈투를 펼쳤다. 경기 중 복근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 때 소염 진통제를 먹으면서도 3 대 2(3-6, 7-5, 3-6, 7-5, 7-6<10-4>) 역전승을 거두는 투혼을 펼쳤다.
나달은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제패하며 통산 그랜드 슬램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22회)을 세웠다. 지난해까지 최다 우승 공동 1위였던 20회 우승의 '황제' 로저 페더러(97위·스위스)와 '무결점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를 넉넉하게 제쳤다. 만약 나달이 이번 윔블던까지 우승하면 '빅3' 중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결국 나달의 발목을 잡았다. 복부 근육 파열로 3년 만에 출전한 윔블던을 포기해야 했다. 사실 8강전 중에도 아버지 등 가족들은 나달에게 기권하라는 사인을 보냈던 터였다. 대회 전 불거졌던 발바닥 부상 우려는 이겨냈지만 경기 중 찾아온 복부 근육 파열은 넘지 못했다.
나달은 "온종일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생각했는데 계속 대회를 소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기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말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나달의 4강전 상대인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40위·호주)는 결승에 무혈입성하게 됐다. 키리오스는 이전까지 나달에 3승 6패로 뒤졌는데 개인 첫 윔블던 결승에 오르는 행운을 안았다.
하지만 나달은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았다. 나달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타이틀보다 행복"이라면서 "이런 부상은 3, 4주 정도 걸릴 것이고 일주일 뒤면 베이스 라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코트 복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