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규칙이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게 확정되고 '처럼회'를 비롯한 친(親)이재명계가 대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사단이 민주당 지도부를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비(非)이재명계도 이에 대응해 최고위원 출마자 진용이 속속 갖춰지고 있는 가운데, 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최고위원직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친명계 최고위원 10명 하마평…2명만 선출돼도 지도부 '장악'
'태풍의 눈' 이재명 의원은 아직도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주변 측근들에 따르면 출마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친명계 당 대표 후보로 꼽히던 우원식 의원은 이 의원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며 길을 열어줬다.
특히 전당대회 규칙이 이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출마 선언만 남았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앞서 민주당 당무위는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안을 확정했다. 당 내 기반이 약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이 의원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이 의원을 호위할 친명계 의원들의 최고위원 출마 선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이들만 10명 가까이 되는 상황이다.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정청래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선회했다. 그는 공식 출마 선언을 통해 "강한 민주당과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적임자는 이재명"이라며 이 의원을 치켜세웠다. 이와 함께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와 친명계 모임 '7인회'에서도 이름들이 거론된다. 구체적으로 김의겸, 문진석, 박찬대, 양이원영, 이수진(서울 동작을), 장경태 의원도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친명계가 최고위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넓어진 영향도 있다. 당초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고위원 1인 2표 중 한 표를 무조건 자신의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안을 추진했는데 당무위에서 철회됐다. 처럼회 등 친명계 의원들 지역구가 주로 수도권이어서 표가 몰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해소된 것이다.
이중 친명계 최고위원 2명 이상 선출되면 '이재명 사단'이 민주당 지도부를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최고위원회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2명을 제외하고 2명의 최고위원만 확보하면 과반수 의결권인 5명을 충족하게 된다.
당 내부에서도 '친명'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5일 전당대회 룰 변경을 위해 친명계에서 돌린 연판장에는 63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면면을 보면 그동안 친명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의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李 책임론' 비명계…공천위 구성, 최고위 넘기는 안 추진
이에 맞서는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로는 고민정, 고영인, 송갑석, 최인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친명계가 지도부를 장악할 경우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의 선거 패배 책임론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친명계가 독주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를 고민한 듯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불출마에 무게를 둔 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여론 지표 등을 볼 때 이 의원이 출마한다면 당 대표 당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이면서, 비명계 입장에선 최대한 당 대표의 의사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권한을 기존의 당 대표에서 최고위에 넘기는 방안이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공관위를 최고위원의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고 돼 있는데, 최고위에 심의·의결을 모두 맡기자는 안건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오는 8일 해당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행보다 당 대표의 공천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