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지방선거 준비 기간인 지난 4~5월 수차례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지며 논란이 된 가운데, 추가 취재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만이 유일하게 해당 기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초구는 취재진에게 "다른 구청도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우리만 기사를 쓰냐"는 등 억울하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이 조차도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6일 CBS노컷뉴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서울시 내 자치구 25곳의 '2022년 4월부터 현재까지(6월 21일 기준) 해외연수 내역'에 따르면 서초구만 유일하게 해당 시기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18일부터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해외 연수 등이 가능하게 됐다.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에 따르면 서초구는 4월 20일~29일 호주(5명), 4월 24일~28일 싱가포르(6명), 5월 15일~21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8명), 5월 25일~30일 두바이(4명) 등을 다녀왔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다녀 온 명목은 '신명나는 직장 분위기 조성'이었다.
반면 다른 24개 구는 해외 연수 내역이 전부 '0건'이었다. 연수 사실이 없어 아예 관련 정보 생성 자체를 하지 않아 '부존재'로 답변하는 곳도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연수를 아직 시행하지 않았다. 아직 검토 중이고 항공권도 현재 너무 비싸서 계획은 없다"며 "시행을 하더라도 하반기에 항공권 가격 등 상황을 보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기간 서초구는 전임 조은희 구청장이 국회의원 출마로 사퇴하면서 천정욱 부구청장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천 부구청장 또한 호주를 다녀오는 등 해외 연수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시점이 지난 3월 말부터 5월 31일까지 6·1지방 선거를 앞두고 구청 내 정치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행안부-시도 합동점검' 기간 속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구청 측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중립 및 공직기강을 철저히 확립해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서초구에서 밝힌 해외연수 예산 내역은 총 6600만원이었는데, 실제로는 다른 사업의 예산까지 끌어다 쓴 정황도 드러나면서 '초호화 여행'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해외연수에 사용한 예산만 총 8천만원이 넘는다.
이와 더불어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당사자 외 다른 직원에게는 비공개로 진행하기도 했다. 연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초구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에 따라, 그간 매해 진행되다가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국외연수를 재개하게 됐다"며 "국외연수는 선거중립 문제와 전혀 무관한 사안으로 이와 연계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또 당시 서초구는 취재가 시작되자 "OO구도 다녀왔는데 OO구도 쓰시라", "저희뿐만 아니라 OO도 갔고,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 거다. 저희에 대해서 이렇게 하는 게 좀…", "서울시 전체 자치구에 대해서 (기사를) 쓰는 게 맞다고 본다" 라고 하는 등 억울하다는 취지로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초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에서는 해당 시기 해외연수를 다녀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해명은 무색하게 됐다.
다른 구청 관계자들은 해당 시기 해외연수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상황과 선거를 앞두고 해외연수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북지역의 한 구청 직원 A씨는 "선거를 앞두고는 사전 선거운동 등 문제 될 여지가 커 해외 연수는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선거 기간 구청은 업무량이 급격히 많아지기 때문에 자칫 업무가 한쪽에 쏠릴 수 있어 더 조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직원 B씨는 "코로나19로 해외 연수를 수년째 못 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또 풀리기 시작하면서 항공비 부담이 오히려 큰 시기"라며 "선거를 앞두고 세금으로 연수를 다녀올 경우 자칫 중립성 훼손 우려가 커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