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모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의 배우자 A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나토정상회의 순방 일정에 함께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권력 사유화"라며 '비선' 프레임을 씌우는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BTS'(방탄소년단)을 거론하며 방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우 위원장은 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었다"며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보수를 받았나.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직원도 아닌 A씨가 나토 순방에 참여한 것을 두고 '비선' 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가세했다. 고 의원은 청와대(현 대통령실) 대변인 출신으로,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인사다.
고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어느 정부도 이렇게 빠르게 대통령실을 사유화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제공된 항공편과 숙소 지원이) 어떤 항목으로 편성된 예산으로 집행했는지, 집행금액은 얼마인지 소명해 달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A씨와 모친이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각각 1천만원씩 후원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공세 수위를 높이는 야당에 맞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절차와 명분을 최대한 설명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씨가) 단 한 차례도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적이 없다"며 "민간인이라도 순방에 꼭 필요하다고 할 경우 외교부 장관 결재를 통해 기타 수행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면서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그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을 행사에 잘 반영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일부 민간인도 데려갈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 때 보면 수시로 동원하지 않나. 방탄소년단(BTS)"이라고 적극적으로 엄호에 나섰다.
A씨가 국제행사 기획 경험이 풍부한데다 윤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반영해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고, 절차적 정당성 역시 지켰다는 얘기다.
"대통령 첫 순방이었는데…" 참모들 대책 고심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 동안 세 차례나 있었다.
지난 5월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논란이 됐고, 지난달에는 봉하마을에 내려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때 지인을 동행시켜 구설에 올랐다.
특히 이번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내부는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외교 데뷔전인 만큼 많은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논란으로 성과가 부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박 5일 동안 마드리드에서 10개국 이상의 정상들과 회담을 하고, 대통령이 직접 원전 세일즈를 하는 등 첫 해외 순방의 많은 성과를 갖고 돌아오려고 노력했었다"며 "그런데 관심은 여사의 목걸이와 옷 등 패션 그리고 A씨 논란에만 쏟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마드리드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지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조사(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 대상)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42.6%인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3%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긍정평가는 2.7%p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3.2%p 오른 수치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김 여사의 일정과 메시지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폐지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아직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부활은 대통령이 명확하게 선을 그었던 부분"이라며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부속실 안에 김 여사를 위한 팀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약 파기 논란을 피하면서도 어느정도 김 여사를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별도의 팀보다는 부속실 안에 여사를 위한 직원들을 두는 것이 대통령실 안에서의 소통면에서도 좋다"면서도 "다만, 관련한 논의들이 심도 있게 진행되거나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