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이효리 남편' 이상순 카페, 정말 초토화 '치트키'일까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 JTBC '효리네 민박' SNS 캡처
가수 이효리 남편 이상순이 창업한 제주도 카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개업 이틀 만에 몰려든 인파로 주민들 불편이 가중되면서 영업을 일시 중단한 것. 여기에 전여옥 전 국회의원이 "다른 소규모 생계형 카페들은 초토화된다"고 지적해 민폐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렇다면 정말 유명 연예인 카페는 이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상순은 지난 1일 제주 구좌읍 동복리에 카페를 열었다. 개업 첫 날 이후 100m 가량 대기줄이 늘어섰고, 오후만 지나면 재료와 MD 상품이 소진되는 등 인파가 몰렸다. 이상순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고 아내 이효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이상순의 카페는 지난 2일 사과와 함께 공지를 올리고 방문 인원을 제한하는 예약제로 변경했다. 정비 기간을 거쳐 7일부터 예약을 받을 예정이며 이상순은 더 이상 영업 중 카페를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순도 5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아내(이효리)는 이 카페와 무관하다"며 "오래 전부터 커피,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해 조용한 마을에 작게, 홍보 없이 카페를 오픈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가끔 시간이 되면 들러서 손님들과 함께 커피 마시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이번 일로 느끼게 됐다"면서 "일단 지금은 마을 주민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2013년 결혼 이후 오랜 시간 제주에 정착해 생활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카페 개업에 뜨거운 관심이 모였다. 방송 촬영 외에는 이들 부부가 제주도에서 상업적 활동에 나선 게 처음이기 때문.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 전 의원은 지난 3~4일에 걸쳐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상순씨가 커피를 내려주고 이효리씨는 손님들하고 사진 찍어준다? 엄청난 경쟁력인데 이러면 다른 주변 카페들 초토화 된다. 이 분들이 왜 카페를 하나 싶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에게 카페 오픈은 취미생활 같다. 그러나 대부분 카페 주인에게는 피 말리는 '생계현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과거 재벌가 자녀들이 빵집을 개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폐업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효리씨나 이상순씨 재벌가 자제 못지 않다. 아니, 더 낫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시대 왕족, 귀족은 연예인'이라고 했다. 이들이 재벌가 자녀들보다 사회적 영향력도 더 큰 '공인'이라고 생각한다. 꼭 카페 해야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편에서는 불법만 아니면 연예인 개인의 경제 활동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드래곤, 박한별, 노홍철, 홍석천 등 연예인들도 가게를 창업한 전례가 있는데 이효리·이상순 부부만 논란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상순 카페에 손님이 몰려 주변 소규모 카페들 영업이 위축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실제로 인파가 몰리면서 주민 피해가 발생했다.

이상순 카페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주민은 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카페 들어가는 길이 좁은 마을 길인데 거기에 손님들이 줄줄이 주차를 해 놓으니까 불편함이 있기는 했다. 그 외엔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유명 연예인들 가게는 높은 부동산 시세 차익과 맞물려 임대료 상승 등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논란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상권 현황에 따라 다르고, 연예인 가게라고 해서 무조건 동종업계 소상공인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리서치 전문가는 CBS노컷뉴스에 "물론 주변에서 카페를 하는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연예인이 대규모 사업을 벌여 잠식하면 모르겠지만 더 확대하지 않으면 관광 수요, 집적 효과가 생겨서 오히려 소비자들이 유입돼 부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은 입주 현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 '망리단길'만 봐도 수년 됐지만 주택가와 시장이 혼재하고 망원시장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대기업은 힘을 못쓴다. 아직도 소상공인과 청년 사업가들이 주로 장사를 한다. 제주도도 그런 분위기라면 우려가 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왜 지드래곤은 괜찮고,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안되냐'는 질문에 전 전 의원은 "지드래곤은 철저한 엔터테이너이지만 이효리는 '소셜테이너'(사회적 참여가 왕성한 연예인)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카페를 하는 분들의 상황과 처지를 둘러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결국 본질적으로 다른 연예인들 창업과 다를 바 없지만 이들 부부의 강한 '소셜테이너' 이미지와 연예계를 벗어난 상업적 활동이 충돌을 일으킨 셈이다.

다만 이상순이 SNS에 언급한 것처럼 해당 카페는 막대한 수익보다 좋은 음악과 커피를 공유·소통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일단 신속하게 예약제를 도입하면서 주민 피해나 고객 쏠림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전망이다. 누군가의 취미가 생계를 위협해선 안될 일이나 아직은 지켜볼 여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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