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필즈상 수상자로 한국계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허준이 교수가 선정됐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학사와 석사과정까지 국내에서 마친 만큼 한국 수학계의 경사로 평가된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필즈상 시상식에서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인 허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필즈상은 수학에서 중요한 공헌을 한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4년 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되며 이른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캐나자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제안에 따라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지난 2018년까지 모두 60명이 수상했으며 한국계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으나 두 살 때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화 명예교수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석사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2007년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와 물리천문학부(복수전공)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고, 2009년에는 서울대 수리과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는 2014년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마쳤다.
허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대수기하학이다.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데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에 모두 정통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합대수기하학 관점에서의 연구는 수학 뿐 아니라 정보통신과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에서도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허 교수는 또 조합대수기하학 기반 연구를 통해 수학자들이 추측 형태로 제시한 다수의 난제들을 해결했는데 대표적 난제로 알려진 리즈 추측을 비롯해 호가 추측, 메이슨-웰시 추측, 로타 추측 등이 허 교수가 해결한 난제들이다.
이에 대해 허 교수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인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평생 난제를 하나 해결하기도 힘든데 허 교수는 40세도 되기 전에 많은 난제들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특히 허 교수가 리드 추측을 해결하기 위한 선행연구를 서울대 석사과정에서 시작했고, 허 교수의 연구 중 많은 부분이 한국 고등과학원에 있는 동안 이루어졌다는 점은 한국 수학계의 저력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국제수학연맹은 지난 2월 한국의 수학국가등급을 최고등급인 5그룹으로 상향한 바 있다. 1981년 국제수학연맹에 가장 낮은 1그룹 국가로 가입한 뒤 회원국 중 가장 짧은 기간에 최고등급으로 올라선 것이다.
현재 5그룹에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가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