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면서, 대통령실이 타개책 마련에 고심 중인 분위기다. 장관 인사 논란을 포함해 고물가‧고금리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공공기관‧노동 개혁 등 장기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지막 퍼즐 못 채운 내각 인선…김승희 자진 사퇴, 박순애 임명 강행
지난주 3박5일 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외교 일정을 마무리한 후 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장관 인선 문제 등에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며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던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직 공무원에 가장 요구되는 요건은 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일축했다.지난 5월 10일 공식 취임 후 처음으로 50%를 넘긴 부정적 여론에 대해선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인사에 대해서는 '전문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약 3시간 만에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에 대한 거취는 신속하게 정리됐다. 먼저 김 후보자는 자진 사퇴로 정리됐고, 곧이어 윤 대통령은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나토 정상회의 출국 전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해 기한이 완료된 상태였다.
16개 부처 중 남은 2개 부처 수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막판까지 임명 강행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후보자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여권 내에서도 장관 직을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은 사안 자체는 사실 경미한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선관위라는 기관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과 부정적인 여론의 기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부정 여론 50% 속출…'노동‧연금‧공공개혁' 추진 필요성도
실제로 여론의 기류는 심상찮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결과(지난달 27일~지난 1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50.2%)는 과반을 넘겼다. 긍정 평가(44.4%)와는 5.8%포인트 차이로 오차 범위 밖을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결과(TBS 의뢰, 지난 1~2일,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부정 평가(51.9%)가 긍정 평가(42.8%)를 앞섰다.새 정부 국정운영을 부정적 평가한 주요 이유로는 여권 내부의 갈등(24.5%), 고물가 등 경제 대책 미흡(21.4%) 등이 꼽혔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경제부총리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과 김 전 후보자의 검찰 수사 의뢰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 등을 앞두고 여권 내 갈등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새 정부의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현역 의원 당시 렌터카와 배우자 명의 자동차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 전 후보자나 음주운전 처벌 이력이 드러난 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교수는 과거 제자들과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점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당시 후보자는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사전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취임 후 임명된 주요 인사들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인사검증팀에선 검증했다고 하지만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측면에선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상승하며 새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민생 경제가 어렵다 보니 지지율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 정부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공‧노동‧연금 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정 여론이 상승하고 대외 경제가 어렵다는 점도 다 체크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방만한 공공기관 문제와 귀족 노조들, 고갈을 앞둔 연금 문제 등 주요 개혁들을 이행하기 위해 쓰디쓴 길이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