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반려견 테오가 억울하게 죽었습니다"[이슈시개]

A씨의 반려견 '테오'. 제보자 제공

"유명 동물치과전문병원이라 믿었는데…우리 아이가 30초 만에 사망했어요".

A씨는 반려견 '테오'를 붙잡고 20년은 꼭 같이 살자고 매일을 기도했다. 과한 욕심이었을까. 가족 같은 반려견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찾아간 그곳에서 그는 30초 만에 비극을 맞이했다.

1.45kg에 만9살 포메라니안 테오는 작지만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였다고 한다. A씨는 아픈 곳 하나 없던 반려견을 데리고 치아건강 검진차 병원을 찾았다.

실제로 반려가구의 반려동물에게 '치과 질환'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전체 치료비 중 3위(23.8%)를 차지할 만큼 흔하다.(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A씨는 "긴 웨이팅", "스타 강아지 진료", "오전·오후 한 마리씩만 진료하는 특화 전문 병원", "10만원 예약금 시스템" 등 명성이 자자한 서울 소재 B 동물치과전문병원 방문했고 이내 '지옥'이 시작됐다.


"들어갈 때는 ○○보호자님, 사고 난 뒤에는 물건"

 
제보자가 친구와 병원에서 나눈 카톡 장면 캡처

▶테오 보호자 A씨가 재구성한 사건의 경위
(2022.06.17) 

-23시 59분 경  
검진일 전날 병원 측에서 금식 요청. 테오가 즐겨먹던 개껌을 뺏었다.

(2022.06.18) 

-13시 경
신체검사 및 마취를 위한 피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B동물병원 방문.

A씨 "만9살에 1.4kg 아이의 마취가 부담된다. 결례지만 혹시 무사고냐"

C씨 "소진 결과 건강하다, 문제없다. 6~700g도 하고 13살, 심장병 걸린 애들도 다 한다. 걱정 마시라 무사고다. 두 번 마취할 거 한 번만 해라"

-14시 경
테오가 검진실에 들어갔다.

-14시 30초 경
테오를 바라보는 데 이상하다고 느꼈다. 심전도 모니터를 보니 실선으로 보였다.

-14시 3분 경
의사가 다급하게 테오의 가슴을 누르며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고, 간호사들은 심전도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A씨 "무슨 문제가 있나요?"
C씨 "예,예후가 좋지 않아요"

-14시 30분 경
C씨 "테오가 사망했습니다"

화장하기 전 테오 모습. 제보자 제공

테오의 사망 소식에 A씨는 그 자리에서 실성했다고 한다. 이후 축 늘어진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차갑게 죽어있는 반려견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함께 5일 동안을 황망함 속에 보냈다.

앞서 A씨는 검진 전 수의사와 3분 남짓 간단한 진료 상담을 받았다. 30년 수의사 경력을 자랑하는 C씨를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테오 사망 원인에 관해 병원 측은 지난달 30일 CBS노컷뉴스에 "마취 전 프로포폴 주입으로 인해 30초 간 호흡 상태가 불안정했다"며 "프로포폴이 (사망에 관해)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는지, 약물에 대한 과민 반응이 있었는지, 아니면 테오에게 다른 숨어있는 질환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C씨는 "호흡 마취를 하려면 기관 튜브가 기도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전 일시적인 수면을 시키는 과정에서 이를 유도하는 '프로포폴'로 재우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평소 동물 마취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던 A씨는 테오에게 호흡 마취를 하기 이전 '프로포폴' 약물을 주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마취하기 전 단계 약물 동의서 및 약물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마취 전 약물 주입에 대한 사망의 위험 등) 자세한 설명 없는 진료안내서를 받았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수면유도 단계에서 해당 약물에 대한 사전미고지, 미동의와 함께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사건 이후) 다른 병원을 찾아가 봤는데 마취 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별도 동의서는 물론 사망 위험 확률, 퍼센트까지 고지를 하더라"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다른 병원에 자문을 구해본 결과 D동물병원장은 "프로포폴은 심호흡정지를 유발해, 본 병원에서도 다른아이 조치 후 사용하지 않는 약물"이라며 "테오같은 포메라니안은 선천적으로 천식, 기관지협착증이 있어 무호흡 증상을 유발하는 프로포폴을 더욱 사용하면 안된다"고 봤다. 이어 "수의사 C씨가 정말 사전에 설명을 해주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테오는 B병원 치과 진료 안내서 4단계 시작과 함께 사망했다. 제보자 제공

C씨는 "해당 약물을 테오에게 주입한 뒤 20초간 호흡도 잘하고 심장도 잘 뛰고 있었다"면서 "그 뒤로 갑자기 심박수가 떨어지면서 심정지가 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프로포폴' 주입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A씨의 주장엔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은 부분은 귀책사유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프로포폴로 사망한 사례가 그동안 한 건도 없었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이어 "30년 가까이 수의사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보호자의 마음을 모르겠나. 마취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으니 정말 죄송하며 도의적인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테오의 죽음을 돈으로 보상받을 생각이 없다"면서 병원 측의 진실된 사과를 원하고 있다.

A씨와 그의 아버지는 테오 사망 이후인 21일 병원을 다시 방문해 "임상경험도 많으신 분이 왜 아이를 무리한 처치로 감행했나, 위험성을 몰랐던 것이냐"고 묻자 돌연 C씨는 심장을 부여잡고 119를 불러 달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도 오늘 죽을 것 같으니 어르신 마음대로 하시라"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사각지대 놓인 반려동물 의료분쟁…보호받을 법 없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실한 법체계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받는 반려동물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호자들은 동물들이 수술을 받는 중 다치거나 사망하게 되면 병원 측의 정확한 원인과 진료상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반려동물은 진료기록을 발급할 의무가 없음은 물론,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재물'이기 때문에 수의사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 '수의사법' 시행규칙 제13조(진료부 기재사항)
가) 동물의 품종·성별·특징 및 연령
나) 진료 연원일
다)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인의 성명과 주소
라) 병명과 주요 증상
마) 치료방법(처방과 처치)
바)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품명과 수량
사) 동물등록번호  

'수의사법' 시행규칙 제13조(진료부 및 검안부의 기재사항)에 따르면 진료부에는 각각 △동물의 품종·성별·특징 및 연령 △진료 연원일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인의 성명과 주소 △병명과 주요 증상 △치료방법(처방과 처치)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품명과 수량 △동물등록번호 같은 사항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 분쟁 발생 시 상세한 진료기록을 제공하는 동물병원은 드물다. 현행 '수의사법'은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진료기록부 열람 및 발급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허용할지 거부할지 명시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물 진료부 발급 의무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수의사회는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로 이에 맞서고 있다.  

대한수의사회가 CBS노컷뉴스에 전달한 자료에 의하면 "의료항목이 표준화된 사람 의료체계와 달리 동물의료체계는 의료 항목이 정비되지 않아 동일한 증상에 대해 동일한 진단을 해도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는 등 복잡한 구조"라면서 "적절한 지식이 없는 동물보호자가 진료부를 발급받을 경우 사회적 혼란이나 법적 분쟁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상당수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상세한 치료 과정과 사용한 의약품이 기록된 진료부를 발급받게 되면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자가 진료로 약물을 오남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의료분쟁 시) 민사소송법에 따라 법원 요청 시 동물병원은 진료기록을 법원에 제출하며 불응 시 과태료 부과 및 요청 사유(진료과실 등)를 인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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