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다리 추락사 제주 20대女…사고 아닌 살인?

제주경찰, 가족 · 지인 등 2명 살인 혐의 불구속 송치
2011년 내사 종결 했지만 의심점 많아 2018년 12월 재수사
경찰 "직접증거 없는 어려운 사건이지만, 간접증거로 혐의 판단"

제주경찰청. 고상현 기자

13년 전 제주의 한 다리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추락 사망사고. 경찰이 3년 6개월에 걸친 재수사 끝에 이 여성의 가족과 지인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다만 직접 증거는 없다.

제주경찰청은 숨진 20대 여성 A씨의 가족 B씨와 그의 지인 C씨 등 2명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한 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7월 22일 서귀포시 제3산록교에서 A씨를 30m 아래로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A씨와 B씨, C씨 등 3명만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들은 "A씨가 사진을 촬영하려고 다리 난간에 앉았다가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도 없었다. 경찰은 결국 2011년 초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사건에 의심점이 많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듬해 체조선수, 스턴트맨, 특공대원, 전문 산악인 등 다양한 직업군과 함께 현장 실험을 진행한 결과 '사고 다리 난간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사고 발생 전 B씨가 A씨의 이름으로 수억 원의 보험을 가입한 점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당시 다리 주변으로 도로 개통이 이뤄지지 않아 통행 차량이 많지 않았던 점도 고려됐다.
 
경찰은 여러 간접정황을 들어 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직접증거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증거가 없는 어려운 사건이지만, 간접증거들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3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리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서 A씨가 사진 촬영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본인 과실로 다리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간접증거가 없는 장기 미제사건인 터라 향후 검찰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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