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은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홈 경기를 앞두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0 대 0으로 맞선 5회말 무사 1루에서 이재홍의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2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번뜩이는 장면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키움 홍원기 감독에겐 잠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축 선수임을 입증했다.
올 시즌 김혜성은 팀이 치른 75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지난 17일 고척 LG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1 대 1로 맞선 5회말 1사에서 김주형의 대타로 나섰다.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대타로 출전하면서 올 시즌 두 차례 휴식을 반납했다.
당시 홍 감독은 "개막 때부터 쉬지 못하고 일정을 풀로 소화했다"면서 "휴식이 계속 미뤄졌는데 더 늦춰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체력 안배 차원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정규 시즌 144경기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지금까지 쉼 없이 전 경기에 출전했다.
이날 키움은 반드시 김혜성에게 휴식을 줄 계획이었다. 경기 전 홍 감독은 김혜성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내 눈에는 피로가 쌓인 모습이 보이는데 본인은 부인한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챙겨줘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혜성 대신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2년 차 신인 이재홍이었다. 올 시즌 퓨처스(2군) 리그에서 43경기에 출전한 이재홍은 타율 3할5푼5리(121타수 43안타)로 맹타를 휘둘러 콜업됐다. 그리고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1군 등록과 동시에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재홍은 1군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홍 감독은 경기 전 "퓨처스 리그에서 배팅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해서 1군에 올렸다"면서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홍은 이날 1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5회말 김혜성과 교체됐다. 2회말 2사 1루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더 이상 타석에 오르지 못했다.
선취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홍 감독에겐 더 확실한 타자가 필요했다. 김혜성은 앞선 10경기에서 3할6푼8리(38타수 14안타)로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었다. 홍 감독은 결국 김혜성의 휴식을 미루고 교체 투입을 결정했다.
유격수를 맡았던 지난 시즌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 전체 유격수 가운데 가장 많은 실책(29개)를 범했다. 하지만 유격수 중 가장 높은 타율 3할4리를 기록한 데 이어 득점 4위(99개), 도루 1위(46개)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지난 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타격 성적은 올 시즌도 나쁘지 않다. 타율 2할9푼(293타수 85안타) 2홈런 29타점 48득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는 28개로 2위 삼성 김지찬(15개)에 무려 14개 차로 앞선 압도적인 1위다. 게다가 올 시즌 2루수로 전향한 뒤 수비력까지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키움은 46승 1무 28패 승률 6할2푼2리를 기록하며 2위로 순항 중이다. '타격 천재' 이정후가 타율 2위(3할5푼2리), 홈런 공동 2위(14개)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공수 양면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김혜성의 역할도 이정후 못지않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쉴 수 없는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