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수 김호중을 만났다. 이날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그는 트로트와 성악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유부터 오는 9~10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소감, 요즘 즐겨듣는 음악과 듣고 싶은 수식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호중은 소집 해제 후 여러 콘서트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제가 (군대) 가기 전에는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사실 함성도 허용이 안 됐고 오로지 박수 소리만 됐다"라고 운을 뗀 김호중은 "보다 보면 무대가 너무 그리웠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저 자신을 시험 아닌 시험도 해 보고 싶었다. 무대가 가장 그리웠고, 무대를 해 보니까 '아, 내가 제자리에 왔구나' 하는 느낌, 제일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물론 바로 적응할 순 없었다.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는 그가 1년 9개월 만에 오른 무대였다. 김호중은 "제가 리허설 길게 하는 편이 아닌데 그날 10분 넘게 리허설했다, 혼자. 빨리 감을 찾아야 했는데 한 곡 지나고 나니까 다행히 광경도 보이기 시작하고 맥박도 덜 뛰었다. 한 곡 끝내기까지는 정말 힘들고 겁나기도 하고 내 목 상태가 올바른 건지 걱정도 많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시기에 따라 음악 취향이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꾸준히 음악을 들으면서 '요즘' 가장 꽂히는 종류는 '포크 음악'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포크 음악을 "엄청 좋아했다"라는 그는 "항상 밴드를 둔 큰 음악을 하다 보니까 요즘에는 포크 음악, 라이트한 음악이 좋더라. 그런 영향을 받아서 '빛이 나는 사람'도 나왔다. 기타나 하모니카 놔두고 라이트하게 부르는… 제가 김광석 선생님을 엄청 좋아한다. 그런 음악도 많이 듣는다"라고 설명했다.
'빛이 나는 사람'은 기타리스트 김민규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힘을 뺀 김호중의 편안한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군 복무 중 매주 두 통의 편지로 팬들과 소통한 김호중이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직접 가사에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호중은 "(팬들이) 저한테 보내준 편지를 읽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빛이 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려두셨더라. 그게 도대체 뭘까 생각에 빠지게 된 것 같다"면서 "이 곡 가사는 거의 카페(글)에서 가져온 게 사실"이라고 웃었다.
이어 "멜로디가 제대로 안 나오면 완성 안 하려고 했고, 걱정했는데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아, 이 정도면 세상에 나와도 왜 빛이 나는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본인도 빛나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누군가를 빛내는 것이라는 의미를, 팬들이 만들어 주시더라. 팬들에게 노래로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부연했다.
김호중은 "그러니까요"라고 웃으며 "저야 영광이다. '인디고'(Indigo)나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등 제가 어릴 때 들은 유명한 곡이 많고, 이루마 선생님 곡에 (제가) 보컬을 쌓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기가 막히게 만들어 와 주셨다. 이루마 선생님의 피아노 선율과 김호중의 목소리를 같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클래식 앨범에 들어간다는 '라틴 음악'은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다. 김호중은 "원래는 편곡 방향을 '라틴으로 하자' 그렇게 잡진 않았다. 근데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거다. 1년 9개월 동안 이렇게 한 번 입혀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너무너무 (그 장르와) 잘 묻는 곡이더라"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동안 커버하고 싶었던 곡, 합창곡이지만 솔로로 불러보고 싶었던 곡 등 다양한 노래가 실릴 예정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4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누린 김호중이지만 그는 전공인 성악 쪽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난달 연 내한 공연에서 듀엣 무대를 선보이는가 하면, 이달 중에는 이탈리아에 가 유명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와 만날 예정이다.
보첼리와의 만남을 두고는 "너무 기대되는 일 중 하나고 꿈만 같은 일이다. 어릴 때부터 그의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저로서는 그 사람 만난다는 것 자체로 기대하고 있다. 그 사람의 음성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정말 많은 기대를 한다. 부푼 마음으로 갈 것 같다"라고 답했다.
대중 가수이면서, 동시에 클래식 쪽으로도 활동을 병행 중인 김호중. 꾸준히 러브콜을 받는 비결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그는 "클래식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면서도 "제가 준비를 안 하고 맨날 똑같은 노래만 부르면 정말 욕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한다. 클래식을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친구들한테도 큰 민폐고.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다가가려고 하다 보니, 클래식 쪽에서도 '이 정도 마음을 갖고 있으면 한 번 같이 해보자' 하시는 게 아닐까. 제 혼자만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트로트든, 클래식이든 어떤 장르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게 김호중의 생각이다. 그는 "제 바람은… 김호중 생각하면 '노래하는 애구나' 하는 거다. 장르로 '저는 어떤 가수입니다'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며 "그때그때 맞는 메시지라면 그게 록이 될 수도, 국악이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돌아온 김호중이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은 '콘서트'다. 그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호중은 "과연 내 콘서트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가장 궁금하다. 지금 제일 집중하는 건 콘서트"라며 "가장 기대되는 작업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러자 김호중은 "여러 군데 생각하긴 했다. 체조경기장 같은 경우는, 제가 퍼포먼스 하는 가수가 아니다 보니까 저는 음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스터트롯' 할 때도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했고, 복무하면서는 나훈아 선생님 콘서트를 보러 갔다. 무대에 서 보기도 했고 관객 입장으로 (음악을) 들어봤던 곳인지라, 음향은 거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일단은 정말로 많이 오셔서 음향 면에서 (관객들로부터) '아, 노래 잘 들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라며 "제가 좋은 곡들 잘 포장해가지고 콘서트 준비를 잘해서 전달해드리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 김호중은 본인에게 붙는 수식어로도 역시 '노래하는 사람'을 꼽았다. 김호중은 "가창력이 뛰어나다, 그거보다는 '그 가수 덕분에, 이 노래 덕분에 행복했지' 하며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