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임금인상 자제' 발언 여진, 당내에서도 '메시지 우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물가 상승세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높은 임금 인상이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자칫 물가 문제를 풀기 위해 임금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전가하려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 여권 내에서도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나 "물가 상승세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언의 단면만 놓고 보면 추 부총리가 재계를 만나 물가 대응을 위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자제를 촉구한 모양새다. 야권과 노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추 부총리의 발언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임금-물가 스파이럴(spiral, 소용돌이)이라는 이론이 있다. 생산비용에 포함되는 임금이 올라가면 물건값이 오르게 되고, 생활비도 더 드는데, 그러면 임금을 또 올려야 하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보는데, 발언 취지가 '임금 인상 자제'에만 방점이 찍혀 아쉽다"고 언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은 아쉬웠다는 기류가 흐른다. "재계가 아니라 노동계를 찾아가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노력하고 있으니 함께 고통을 분담해달라고 부탁했어야 하는 일"이라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겠지만 임금 올리지 말자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본다.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쭉쭉 빠질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는 전무한 상태다. 대신 여당은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음 달 6일 경제 현안에 방점을 둔 고위당정대 협의를 열기로 한 점이나, 반도체특위·물가민생안정특위 등을 연이어 띄운 것이 대표적이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29일 윤석열 정부가 핵심 개혁과제로 선정한 공적 연금 개혁 관련 국회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집권여당으로서 건강한 당정대 관계를 표방하고도 정부를 향한 쓴소리는 실종된 셈인데, 당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지난 27일 강연 중 "국민의힘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 사는 집단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대목이 연상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민 생각과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왔을 때, 여당이라면 이러한 우려를 바로잡는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데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도 "내홍 때문에 당이 오히려 더 지지부진하고 삐그덕대며 필요한 역할을 못 하고 있어 국민들 앞에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