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꼭 그래야만 했나" 유나 부모에게 묻고 싶다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슴 졸이며 걱정하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
 
지난 달 말 전남 완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한 달 째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유나(10)양과 부모인 조모씨(36), 이모씨(3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완도 '실종 일가족'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28일 오후 조양 가족의 마지막 행적이 파악된 송곡항 바다 속에서 승용차를 발견해 29일 오전 인양 작업을 마쳤다.
 
승용차는 방파제에서 80여m 떨어진 물속 가두리양식장 끄트머리에 거꾸로 뒤집힌 채 앞부분이 펄에 박혀 있었다. 
 
차량 발견 당시에는 짙은 틴팅 탓에 차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으나 인양 직후 확인한 결과 차 안에서 유나양 가족으로 보이는 탑승자 3명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문 대조와 유류품 분석 등을 통해 신원을 최종 확인할 방침이지만 발견된 이들에게서 생명 반응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일가족 실종 소식이 전해진 뒤 일주일 동안 국민 모두 유나양이 무사하기를 염원했으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혹시 유나양 가족에게 무슨 사고라도 일어난 게 아닐까 걱정했으나 이후 드러난 정황들로 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무엇보다 실종 직전 조양 부모의 포털사이트 검색 이력을 확인한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양 부모는 송곡항 일원에서 마지막 생활반응을 보이기 전까지 암호화폐인 '루나 코인'을 여러 차례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에 따라 암호화폐 투자 실패가 일가족을 극단적 선택에 내몬 배경 가운데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조양 부모는 또 '방파제', '추락', '물 때' 등을 함께 검색했을 뿐 아니라 검색어 이력에는 '수면제'도 포함돼 있었다.

사실 유나양 가족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아니길 바라면서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 사고 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었다.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부근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양 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양 부모는 지난달 19일부터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농촌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조양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으나 제주도가 아닌 완도로 향했다.
 
이들은 완도에 도착한 뒤 1일 40만원 상당의 수영장이 딸린 펜션에 머물면서도 온수 공급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어린아이가 있는데도 바닷가 대신에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 머물렀다. 
 
그리고 조양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펜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어머니 이 씨의 등에 축 늘어진 채 업혀 있어 조양이 이미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컸다.
 
컴퓨터 관련 자영업을 운영하던 아버지 조씨는 사정이 어려워져 지난해 말 가게를 폐업하고 반 년 가까이 무직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유나양의 부모가 신용카드사 한 곳에서만 2700여만 원의 카드대금을 갚아야 하는 등 카드빚이 총 1억 원에 달했다.
 
조양 가족을 둘러싼 불길한 주변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단순 사고나 실종 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짙어져만 갔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밤 숙소 CCTV에 찍힌 모습과 차례로 꺼진 휴대폰 신호를 마지막으로 일가족 3명은 한 달 만에 어두운 바닷속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양 일가족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왜 부모의 잘못된 판단에 어린 자녀까지 희생돼야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빚더미에 짓눌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성적인 생각이나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생각이나 판단에 어린 자식의 목숨까지 포함시켜야만 했나?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떠오르는 것은 '아이 혼자 남겨질 경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세상에서 온갖 멸시를 받느니 함께 깨끗이 떠나는 게 낫다'는 이른바 부모 입장의 넋두리다. 
 
마치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 마음대로 자식의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어른들이 아직도 꽤 존재하는 것 같다. 
 
연합뉴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엄성을 부여받을 뿐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진다.
 
어리긴 해도 요즘 10살 아이라면 눈치도 볼 줄 알고 사리판단 역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유나는 부모와 함께 한 마지막 여행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학교 대신에 엄마, 아빠와 바닷가로 여행 간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을까?
 
아니면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왠지 어두운 기운을 느껴 불안하고 무서웠을까?
 
어린 유나는 이번 여행이 짧은 인생의 마지막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경찰 조사가 더 진행되면 정확한 사인이나 사망에 이르는 과정 등이 드러나겠으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유나의 의지는 단 0.1%도 반영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어린 자녀는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인격체인 자녀의 생각이나 생명까지 본인들의 것은 아니다.
 
부모는 어린 자녀가 성인으로 자라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주면 되는 것이다. 
 
제발 이 세상 부모 모두 '본인들의 자녀는 본인들의 것이 아니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이고 인정했으면 한다.
 
그래서 다시는 조유나양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어머니 등에 축 늘어진 채 업혀 있던 CCTV 화면 속 마지막 모습과 사진 속 해맑고 귀여운 모습이 겹쳐지면서 꼭 그래야만 했는지 할 수만 있다면 유나 부모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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