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회사제품인 카메라 등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10억원이 넘는 횡령을 저지른 사진장비 관련 중소기업 직원이 검찰에 송치됐다. 최근 제1금융권부터 코스닥 상장사, 구청 등에 이르기까지 거액의 횡령이 잇따르는 가운데, 급기야 카메라를 빼돌린 횡령사건까지 적발된 것이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중구의 한 사진기자재 도매업 직원인 30대 A씨를 수년간 카메라 및 부품 등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해 횡령한 혐의로 지난 17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약 6년간 258회에 걸쳐 총 13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본사 매장 직원으로 일했던 A씨는 카메라 및 부품 등 회사 제품을 제3자에게 판매하고 이를 전산에 입력하지 않는 방법으로 판매 사실을 은닉,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은 매출 전산자료를 확인한 회사 측이 횡령 사실을 인지한 후 올 1월 말 A씨 등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4월 경찰에 자진 출석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계좌에 대한 거래 내역을 수사한 경찰은 수만 회의 수상한 이체내역을 발견, 거래처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금액이 상당하고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점에 근거해 경찰은 회사 내 다른 공범이 있는지 등 공모와 방조 혐의 여부도 조사했으나, A씨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회사 측이 A씨와 함께 고소한 본사 직원 2명에 대해선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최근 횡령 사건은 빗발치고 있다. 올해 1월 오스템임플란드 재무관리 직원이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사건부터 제1금융권인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4월 직원이 614억원 횡령한 사건이 벌어졌다.
또 경기도 광주시 한 농협 지점에서 출납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코인(암호화폐) 및 스포츠토토로 탕진한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농협 자금을 자신과 약정한 타인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수십회에 걸쳐 약 40억원 가량을 횡령하기도 했다.
앞서 약 6년 동안 회사 내부 문서를 위조해 94억 원을 빼돌린 KB저축은행 직원도 적발됐다. 이밖에도 강동구청 공무원이 115억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 등에 쓰다 덜미가 잡혔고, 계양전기에서도 직원이 공금 245억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횡령 범죄는 그 자체로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지만,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 고통을 선사하는 또 다른 종류의 해악을 낳는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회삿돈 약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경기 파주시의 지역 농협 직원 B씨(32)가 지난 27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후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B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다가 이런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역 농협 측은 B씨가 지난 5년간 회삿돈 수십 억원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2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B씨가 지점에서 농산물과 자재 등의 재고 관리를 담당하면서 실제 재고보다 금액을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있다.
횡령 사건이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오스템 임플란트 사건에서 피의자 아버지가 결국 극단적 선택하기도 했다. 당시 피의자는 횡령 금액 중 약 681억원을 금괴 855개로 바꿔 숨겨뒀는데 그중 상당수가 아버지 등 가족 주거지에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