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1인당 전기사용량 '역대 최고, 세계 3위' 맞나

지난 2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박종민 기자

지난해 국민 1인당 전기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전력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선 '산업용' 전력소비량이 포함된 탓에 국민들이 집에서도 전기를 많이 쓴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객관적 사실은 무엇일까. 그 이면의 맥락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산업용' 포함된 전기사용량을 국민 수로 나누면…'역대 최고치' 맞아

연도별 1인당 전기 사용량.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인당 전기사용량은 전년보다 5.1% 증가한 1만 330kWh(킬로와트시)로, 2018년의 최고기록 1만 195kWh를 3년 만에 갈아치웠다.
 
1인당 전기사용량은 지난해 전체 전기 사용량 53만 3430GWh(기가와트시)를 작년 12월 주민등록인구 5164만 명으로 나눠 산출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전체 전기사용량'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전체 전기사용량의 77%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반용(상업용) 전력 소비도 포함돼있다. 1인당 전기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정용에 비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가정용' 전기가 많이 쓰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91호(2021년) 한국전력통계 캡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상공업용과 가정용 판매 전력량의 비율 격차가 크다. 일례로 지난 5월 발표된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 전력량 중에서 한국은 가정용 약 13.5%, 상공업용 81.8%였다.

이에 비해 미국은 가정용 약 37.8%, 상공업용 62%, 캐나다는 가정용 약 34.9%, 상공업용 31.1%로 나타났다. 상공업용과 가정용 판매 전력량의 비율 격차가 캐나다는 거의 나지 않고, 미국은 약 1.6배, 한국은 무려 6배 이상 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보고서 캡처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산업부문 전력소비 비중은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산업구조 개편과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에 대한 효율성 향상이 이뤄지면서 산업부문의 전력 소비 증가율이 둔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최근 Enerdata 브리핑에서도 2020년 세계 전기 소비가 1.1% 감소했다며, 일부 OECD 국가의 산업 및 상업 부문 전력소비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는 2016년 비OECD 국가의 산업부문 전력소비 비중을 49.8%로 밝히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해 한국의 산업부문 전기사용량 비중은 54.3%였다. 당시 비OECD 국가들 평균보다도 높았으며, 최근 발표된 2021년 국내 산업용 전기사용량과 그 비중인 55%와도 큰 차이가 없어 '에너지 효율'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가정이 '세계 3위'로 전기를 많이 쓴다고 보기엔 무리 있어

지난 2019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7만 455GWh. 주요국 수치를 보면 미국 144만 289GWh, 캐나다 17만 2721GWh, 영국 10만 2154GWh, 이탈리아 6만 4363GWh 등이다. 이를 활용해 각국의 가정이 평균적으로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아보면 어떨까.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연제 연구위원은 2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제 비교를 할 때 다른 나라의 세대수까지 알기 어려워 가구당이 아닌, 1인당 전력소비량으로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각국의 가구당 전기사용량을 비교하는 건 통계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정용 전기사용량을 비교하더라도 '국민 1인당'을 기준으로 해외 경우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가별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캐나다 4583 kWh, 미국 4375 kWh, 프랑스 2374kWh, 일본 1980kWh, 독일 1522 kWh에 이어, 한국은 1303kWh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실제 가정에서 '세계 3위' 수준으로 전기를 많이 쓴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사용량을 포함하면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이 '세계 3위'로 급격하게 오른다. 이는 IEA의 2019년 기준 전기 사용량 세계 상위 10개국 중의 순위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1인당 전력소비량이 높게 나타난다"며 "이를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쓴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주요국 전기 사용량 및 1인당 전기 사용량. IEA·통계청 제공

가정용 전기는 지난해 전체 전기사용량의 15%에 불과하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보다 비싸다. 종류별 전기 가운데 일반용(상업용)과 가로등에 이어 세 번째로 판매단가가 높다.
 
내달 전기요금 4.3% 인상을 앞둔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선 '산업용'도 요금부담이 커지느냐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를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캡처

한전은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 수준인 kWh당 5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한전의 지난해 국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9만 1333GWh(기가와트시, 100만kWh). 1kWh당 전기요금이 5원 늘게 되면 단순 계산시 국내 산업계에는 1조 4567억 원의 전기요금 부담이 느는 셈이다.
 
중소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하다며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12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9곳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당시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조치에 대해서도 '효과 있다'는 응답은 20%에 그쳤으며, 전기요금 관련 정책으로 전용 요금제 신설을 가장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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