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사람 : "너와 나 모두가 만족하는 것"…배려, 곧 품격이 되다 ②도시 : 이런 것도 배려? 일상 속 '흔한' 배려의 흔적들 (계속) |
#1. 출입문 손잡이의 변화에는 배려가 숨겨져있다. '잡아서 돌려야하는' 동그란 손잡이의 한계를 넘어선 게 누르면 열리는 막대형 손잡이다. 하지만 두 손잡이 모두 왼손 사용자에게는 역방향이란 불편을 초래했다.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손잡이가 보편화되고 있는 이유다.
#2. 충남도청·세종충남대병원 로비 한 켠에는 반질반질함 대신 거친 대리석 복도가 있다. 거울처럼 비치는 화려함을 포기한 이유 속에도 배려는 있다. 장애인은 물론 고령층과 유아 등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장애인에 국한됐던 사회적 약자의 대상이 최근에는 고령층을 비롯해 임산부와 유아 동반 부모,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정 계층에 집중하던 배려 역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으로 넓혀가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F:Barrier Free)에서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UD: Universal Design)을 적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신축 및 개보수 공공건물과 시설에 UD 적용을 의무화했고 대전시 역시 지난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3. 계단 옆에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한 일명 경사로법 역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휠체어 뿐 아니라 유모차도 자전거도 고령층도 맨몸의 보행자도 '모두가' 수월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도시 공간에만 제한되지 않고 공동체와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4. 대전대학교 LINC+ 사업단은 지난해 BF와 ICT 융합기술을 적용하는 리빙랩을 운영했다.
지역 장애인 복지관의 목소리를 담아 높낮이와 각도가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거울'과 샴푸와 린스를 구분할 수 있는 '스마트 펌핑기'를 제작했다.
계신웅 교수는 "ICT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린 아이부터 고령층까지 모든 세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됐다"고 밝혔다.
따뜻한 메이커연구소(주)는 대전맹학교와 연계해 3D 졸업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졸업생의 흉상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시각장애인들이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18년 이 후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 무거운 짐은 나눠서 주문하는 소비자, 화장실을 개방하는 기관과 기업 등 '어렵지 않은' 일상 속 배려의 모습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