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친윤그룹 사이 신경전이 전선을 넓히며 본격화되면서, 당내 혼란이 출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제73주기 백범 김구 선생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여당의 소통에 대해 윤리위와 엮어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부적절하다"며 "정치적인 의도가 과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가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을 징계 심의하는 데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동시에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최근 회동이 있었는지 사실상 확인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았다. 대통령실과 여당 당대표로서 "상시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당 윤리위 징계 절차를 앞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 사실 자체로 이른바 '윤핵관'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앞서도 이 대표는 지난 23일 "윤리위의 행동을 두고 대통령의 의중인지, 혹은 용산(대통령실)의 의지인지 의심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당 윤리위의 징계 심의가 '윤심'에 달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대신 이 대표가 배후로 지목한 건 '윤핵관'이다. 친윤계 대표주자인 장제원 의원이 최근 지도부 내 갈등에 대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비판하자 이 대표는 장 의원의 관련 발언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고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고 썼다.
이처럼 '이준석 대 윤핵관'의 신경전이 당사자들의 공개적인 발언으로 격화되는 데 더해, 27일 열리는 당내 행사들도 내홍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의 경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특별 강연에 안철수 의원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윤핵관과 안 의원의 연합 조짐이 관측된다. 이 대표에게 구원이 있는 세력끼리 뭉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 첫 공식 회의가 열린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주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며 안철수, 장제원 의원과의 충돌을 예고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간장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안 의원과 장 의원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이같은 내홍이 당의 최고 '공식' 권력인 당대표와 당의 '비공식' 핵심인 윤핵관의 싸움이다보니 사태를 정리할 사람도, 계기도, 수단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여권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는 "지금 상황을 정리할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밖에 없다(국민의힘 당직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간접적일지언정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윤 대통령이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홍이 정리돼야 시급한 현안 논의도 돌아갈 것 아니겠느냐"며 "당내 투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는 대통령이 보고 있으므로 관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정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이 관여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윤핵관의 활동이 윤 대통령의 뜻인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는 작업은 있어야 될 듯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윤 대통령이 "당무(黨務)에 대해선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천명한 만큼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생각은 알 수 없다"며 "설령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내비쳐서도 안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