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세븐틴의 세 번째 월드 투어 '비 더 선'(BE THE SUN)의 서울 공연이 열렸다. 대규모 콘서트의 척도가 되는 고척 스카이돔에 입성했다는 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할 수 없었던 대면 콘서트를 2년 4개월 만에 다시 시작했다는 점에서 세븐틴과 캐럿 모두에게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진행하는 '비 더 선'의 첫 곡은 '페이스 더 선'의 타이틀곡인 '핫'(HOT)이었고, 두 번째는 수록곡 '마치'(March)였다. 세 번째 정규앨범 '언 오드'(An Ode)의 타이틀곡 '힛'(HIT)까지 달리고 나서야 세븐틴은 그리웠던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멤버들은 직접 팬들 얼굴을 보고 환호와 함성을 듣게 된 반가움을 숨김없이 표출했다. 디노는 "저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마치' 할 때 울 뻔했다. '마치'가 멋있는 곡이라 참은 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눈물) 쏟았어"라고 말했다. 팬들의 응원을 더 생생하게 듣기 위해 인이어를 빼고 귀 기울이는 동작을 취한 조슈아는 "이 함성 소리가 너무 그리웠는데 진짜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체력 분배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역시 안 됐다. 캐럿들 있으면 그냥 전력을 다하게 된다"라는 호시의 말처럼, 세븐틴은 쉼 없이 달렸다. '쉬어가는 시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엔딩 멘트 전까지 멤버들이 공식적으로 '말'하는 순간은 오프닝 멘트뿐이었다. 미니 2집 '보이즈 비'(BOYS BE)부터 가장 최근작인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까지 여러 곡 무대를 두루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퍼포먼스팀, 보컬팀, 힙합팀으로 나누어진 유닛 무대는 세븐틴이라는 팀이 어떤 조합으로 뭉치느냐에 따라 다른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퍼포먼스팀(준·호시·디에잇·디노)은 '문워커'(MOONWALKER)와 '웨이브'(Wave)를, 보컬팀(정한·조슈아·우지·도겸·승관)은 '나에게로 와'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를, 힙합팀(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은 '게임보이'(GAM3 BOI) '백 잇 업'(Back it up)을 차례로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보컬팀의 무대는 퍼포먼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븐틴의 기존 활동곡과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에게로 와'를 듣고 우지가 미성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 무대에서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볼 때는 이것이 콘서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묘미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날 공연은 "세븐틴이 K팝을 이 정도로 씹어먹는다"(에스쿱스)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공연이었다. '섀도우'(Shadow) 안무는 리허설 전날에 안무가 완성되는 등 준비 기간이 촉박했지만 "사람이 궁지에 몰리니까 하게 된다"(호시) "위기에 처하면 하게 된다"(도겸)라는 말처럼 세븐틴은 전력을 다해 공연을 준비했다.
미니 9집 '아타카'(Attacca) 수록곡 '크러쉬'(Crush)를 끝으로 '비 더 선' 서울 공연의 본 무대는 마무리됐다. 앙코르 무대 전 대기 시간에는 관객을 전광판에 비추었는데, '도겸이 토끼할 생각 없나요?' '너 독서실 간다면서 또 조슈아 보러갔니?' 'HOT한 세븐틴 시방 난 한 마리의 짐승이여' '케이팦의 아VER지' 등 팬들이 각자 준비한 재미있는 현수막 문구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장내는 웃음과 환호가 이어졌다.
새 앨범 '페이스 더 선'에서부터 내내 강조했던 '태양'의 의미는 앙코르 때 다시금 부각됐다. 태양을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세븐틴은 "그 누구도 정복하지 않은 그곳을 향해" 갈 것이며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겠다. 더 이상 숨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프닝, 엔딩, 앙코르로 딱 3번만 멘트 시간을 두고 무대를 꾸미는 데 주력했던 세븐틴은, 앙코르 때 공연을 치른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버논은 "어쨌든 이 공연을 가능케 한 건 여러분이다. 그게 참 너무 감사하고 너무 행복한 것 같다"라고, 민규는 "앞으로도 가수로서 세븐틴으로서 평생 오래도록 음악 하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깁스를 착용하고 나온 정한은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 공연을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고척돔에서 우리 캐럿들과 모여서 하는, 함성까지 들을 수 있는 콘서트를 제가 포기할 수 없었다. 너무 즐기고 싶었고, 제 인생의 에피소드로 넣어놓고 싶었다"라며 "적당히 하라고 했는데 캐럿들 보니까 좋아서 조절이 안 되더라. 근데 저는 그래도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내일도 제가 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겸은 "내일 공연까지 죽어라 열심히 해서 여러분께 좋은 에너지 많이 나눠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우지는 "세븐틴에게 가장 강력한 힘은 아무리 봐도 캐럿인 것 같다. 반대로 여러분의 가장 큰 힘이 세븐틴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는 여기였지'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라는 디노는 "정말 캐럿분들이 너무 대단한 게, 이런 감정을 줄 수 있는 건 쉬운 게 아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디에잇은 "이번 콘서트 이름처럼 우리 세븐틴이 앞으로도 캐럿들에게 태양 같은 존재가 되겠다. 캐럿들 힘들 때 어두울 때 우리를 늘 비춰서, 캐럿들이 우리의 태양인 것 같다고 늘 느낀다"라고, 에스쿱스는 "캐럿분들이 살아가면서 힘들 때 뒤돌아보면 저뿐만 아니라 세븐틴 멤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살아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세븐틴으로서 무언가를 준비할 때 늘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고 운을 뗀 승관은 "프로답게, 캐럿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보여주는 게 우리 몫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도 "항상 괜찮은 척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캐럿에게 저희 힘든 모습들도 가끔은 표현하고 기대기도 하고, (그렇게) 위로받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그러면서 "저는 진짜 이 팀에 있는 게 인생 최대의 행복 같다"라고 강조했다.
고척 스카이돔을 채운 1만 7500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세븐틴의 '비 더 선' 서울 첫날 공연은 3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세븐틴은 26일까지 서울 공연을 한 후, 북미와 아시아 아레나 투어, 일본 돔 투어까지 총 20개 도시 27회 공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