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에서 돈 꺼내와"
지난 21일 오후 4시쯤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창구 영업을 막 마치려는 순간 헬멧을 쓴 남성 A씨가 출입문을 잠그더니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다.
여성 직원 2명과 남성 직원 1명 등 총 3명은 돈을 주지 않고 거세게 저항했다. 그러자 A씨는 새마을금고에 침입한 지 1분가량 만에 직원들의 얼굴에 호신용 가스총을 쏘고 흉기를 휘두르며 밖으로 도망쳤다.
A씨는 한 시민이 건 다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다시 흉기를 휘두르며 골목으로 도주했다. A씨는 헬멧을 벗고 인근 건물 옆 공터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얼굴에 최루액을 맞은 은행 직원 3명은 출동한 119 대원들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A씨를 잡으려다 다친 시민은 병원에 입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자전거를 타고 새마을금고 뒤편 100m 거리에 있는 왕숙천 둑길로 도주한 장면을 찾아냈다.
A씨는 이 둑길에서 불과 500여m 거리에 있는 왕숙천 자전거 전용도로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전 답사까지…"자전거도로, 부산까지 갈 수 있어"
강도는 새마을금고에 침입한 지 1분 만에 자전거를 타고 도주해 어설프게 범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였지만,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시중은행가 달리 청원경찰이 없는 새마을금고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새마을금고는 직원이 5명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영업점이다. 전국 단위금고 1300여 개 중에서도 최소 규모에 해당한다.
A씨는 범행 전 새마을금고를 사전에 답사까지 한 사실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또 자신의 신원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해 장갑을 끼고 헬멧까지 썼다. 헬멧 안에는 평소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주 쓰는 복면을 착용했다. A씨의 헬멧과 가방이 발견됐지만, 장갑을 낀 탓에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중요한 도주 수단인 자전거를 혹시 범행 도중 누가 훔쳐갈 것을 우려해 자물쇠까지 걸어놨다.
경찰은 A씨가 자전거를 타고 왕숙천 자전거 전용도로로 도주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CCTV가 거의 없고, 화질도 좋지 않다.
특히, 왕숙천 자전거도로는 서울과 인근 지자체는 물론, 팔당 쪽으로 가면 전남 여수와 부산까지 연결된다. A씨는 도주 중간에 옷도 갈아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CCTV 등으로 A씨의 동선을 따라가며 추적하는 한편,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꽁꽁 싸매서 170cm 후반에 남자라는 거 밖에 없다"며 "사전에 답사도 하고 흔적은 안 남긴 것으로 볼 때 아주 치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