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1·6 연방 의사당 폭동'의 진상을 밝히는 목적으로 이달 초에 시작된 하원 특별조사위원회 공개 청문회가 미국을 달구고 있다. 계획된 8번 중에 5번째 청문회가 마무리 돼 절반을 넘겼다. 청문회는 연일 미국의 메인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트럼프 책임론'으로 귀결되고 있는 1·6 청문회의 주요 내용을 짚어봤다.
1. 트럼프, 진 것 알면서도 '선거 사기' 주장?
"대선 사기 주장은 미친 짓이고 허튼 소리다. 선거 전에는 트럼프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됐지만, 선거 후엔 그가 들으려 하지 않았다"(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청문회에 출석한 참모들은 하나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말렸다고 했다. 선거사기라는 증거가 없고, 증거도 없고, 말도 안된다는 것. 하지만 트럼프는 참모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선거 당일부터 사기 주장을 이어갔다. 아끼던 참모 바 전 법무장관이 그를 말리자 경질했다.
"트럼프는 진실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참모들의 증언이다.
겉으론 선거 사기를 주장했지만 실은 그가 바이든에 진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는 참모의 증언도 있었다.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을 지낸 앨리사 파라 그리핀은 청문회 기간인 지난 19일 CNN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패배를 인정했다. 조 바이든과 관련한 TV 방송을 시청하다가 불쑥 '내가 이따위 남자에게 진 걸 믿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가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거인단 투표 이후에 대선 사기 소송을 이어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 로프그렌 민주당 의원은 "소송이 없다면 선거를 방어하기 위한 싸움도 없고 수백만 달러를 계속 모으기 위한 방법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와 측근들은 선거사기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도들이 의회 의사당을 공격하는 순간까지 이를 계속해서 퍼뜨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의도성과 고의성은 남은 청문회에서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트럼프, 대선 결과 뒤집기 위해 법무부 압박?
제프리 로즌 전 법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개최된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트럼프의 집요한 법무부 압박을 털어놨다. 2020년 12월 말부터 2021년 1월 초까지 거의 매일 트럼프와 통화하거나 만났는데 "부정선거를 조사하기 위한 법무부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도너휴 전 부장관 대행도 트럼프와 당시 진행한 90분간의 통화 당시 기록한 메모를 공개하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0만표가 실제 투표되지 않은 표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트럼프는 어느 때는 25만표라고도 하고 다른 때는 20만5천표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가 대선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만 말하면 나머지는 나와 공화당 의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3. 트럼프, 선거인단 바꿔치기 시도?
1·6특위는 선거인단 바꿔치기를 시도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가짜 선거인단까지 준비했던 주가 7곳에 달했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인 러스티 바우어스 애리조나주 하원 의장은 대선 후 어느 일요일 트럼프에게 전화가 걸려와 "애리조나주 의회가 나서서 친트럼프 선거인단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이미 애리조나주는 바이든이 승리했음에도 주 의회가 나서서 친트럼프 선거인단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커틀러 펜실베이니아주 하원 의장도 트럼프 측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으로부터 선거인단 교체에 대한 전화를 받았고, 거절했음에도 전화는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1만1천779표 차의 빅빙으로 진 조지아주의 국무장관을 상대로 한 트럼프의 집요한 압박도 소개됐다. 브래드 래펜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트럼프로부터 "1만1천780표를 찾아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래펜스버거 장관은 잘못된 것이 없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그를 부정직하거나 무능하다고 몰아붙였다.
4. 트럼프, 타킷 정해 괴롭힘 방치?
트럼프에 저항하다 찍힌 사람들은 지지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조지아주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다가 트럼프로부터 부정선거 공모자로 좌표찍기를 당한 모녀는 증언대에서 눈물을 훔쳤다. 슈퍼마켓도 못가고 집에서 숨어지냈다는 모녀는 "미국 대통령이 당신을 타킷으로 하는 심정이 어떤 줄 아느냐"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조슬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아이를 침대에 눕히던 중 집 바깥에서 시위대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증언했다. 시위대가 총을 가졌을지, 집을 공격할지 공포에 떨던 그는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미시간주 상원 원내대표인 마이크 셔키 의원은 트럼프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온라인에 공개하며 '좌표찍기'를 한 뒤 4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커틀러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장도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는 바람에 15살 난 아들이 홀로 집에 있을 때 시위대가 집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청문회가 3차까지 마무리 된 뒤 ABC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10명 가운데 6명은 '트럼프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위는 새 증거 확보를 위해 숨을 고른 뒤 7월에 6차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