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니콜라스 케이지와 영화 현실에 대한 메타 '미친 능력'

외화 '미친 능력'(감독 톰 고미칸)

외화 '미친 능력'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 스포일러 주의
 
1990년대를 풍미했던, 액션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인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를 고스란히 스크린 안으로 들여왔다. 현실과 허구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말이다. 그렇게 '닉 케이지'라는 배우에 대한 메타로 시작한 '미친 능력'은 영화산업에 대한 현실이라는 또 다른 메타를 선보이며 다양한 층위의 재미를 선사한다.
 
왕년에 잘나가던 슈퍼스타에서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빚쟁이 신세가 된 닉 케이지(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생일 파티 참석을 조건으로 기꺼이 백만 달러를 주겠다는 슈퍼팬 하비(페드로 파스칼)가 등장한다. 스타로서의 자존심과 어마어마한 제안 사이에서 갈등하던 닉 케이지는 결국 생일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향한다.
 
도착과 동시에 초호화 환대를 받고 행복한 휴양을 보내던 그는 의문의 CIA로부터 납치되고, 하비가 악명 높은 수배범인 사실을 듣게 된다. CIA로부터 가족을 빌미로 위험한 미션을 강요받은 닉 케이지는 설상가상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외화 '미친 능력'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미친 능력'(원제 '참을 수 없는 무게의 미친 능력')은 '더 록' '콘 에어' '페이스 오프' 등 액션 영화는 물론이고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은 할리우드 원조 레전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가 닉 케이지, 즉 자기 자신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액션 스타로서 인기를 얻고 활약했던 1990년대 스타일의 액션과 엉뚱한 듯하면서도 현란한 대사,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배우 경력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여 와서 유머와 스토리로 활용한다. 이처럼 니콜라스 케이지에 대한 메타 영화인 '미친 능력'은 동시에 영화 산업에 대한 메타 영화로서도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극 중 닉 케이지는 전성기 인기와 영예를 되찾고자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런 니콜라스의 주변에는 그의 전성기 자아가 곁을 맴돈다. '배반의 도시' 속 마이클의 모습을 닮은 어쩐지 건방지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전성기의 자아는 현재의 닉이 처한 상황을 반어적으로 대변하는 환영이다. 전성기를 지나 이제 잊혀가는 스타가 잘나가던 때를 그리워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배우를 향한 여러 시선은 닉의 입을 통해서도 설명된다.
 
외화 '미친 능력'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잊혀진 스타가 되고 있는 니콜라스 케이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다. 영화에서는 '더 록' '페이스 오프' '콘 에어' 등등 그의 전성기 시절 영화의 장면과 소품 등이 등장하고, 그의 출연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언급된다. '허니문 인 베가스'에 경의를 표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를 보다 보면 정말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니콜라스 케이지를 보는 느낌도 들게 된다.
 
간혹 현실의 인물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여 허구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그것이 영화에 현실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채 스크린과 현실 사이 괴리감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때 오히려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미친 능력'은 실제 배우와 그의 필모그래피를 적절하게 오가면서 유머는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가져오며 스크린과 현실 사이 경계를 교묘하게 오간다. 그렇기에 현실의 인물이자 영화 속 인물로서 니콜라스 케이지를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닉 케이지는 어쩌다 보니 CIA와 함께 일하게 되며 그의 액션 전성기, 즉 '더 록'이나 '페이스 오프' 때 모습들을 응용해 액션을 펼친다. 한때 액션 스타였던 그는 영화를 통해 총기 액션, 맨몸 액션, 요원으로서의 행동 등 나름의 트레이닝이 된 상태고 그런 캐릭터들을 온몸으로 떠올리며 상황과 악당에 대처해 나간다. 케이지가 케이지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이다.
 
외화 '미친 능력'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배우'로서 '컷' 소리가 들리자 일어서는 그의 모습을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이용한 유머이자 배우의 숙명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캐릭터와 케이지가 중의적인 의미로 겹치는 장면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캐릭터와 캐릭터가 중첩되며 현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기술적인 재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영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는 다시 영화 안에서 영화와 영화 속 현실을 넘나드는 다중적인 층위를 펼쳐나간다.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에 대한 메타적인 요소뿐 아니라 영화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풀어낸다. 마블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말한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를 떠올리게 한다. '미친 능력'은 마블 등 초인적인 히어로와 CG 영화에 익숙한 세대와 그런 현실에 대해 아날로그 세대 배우와 아날로그 영화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게 된 씁쓸한 현실을 짚는다.
 
외화 '미친 능력'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이처럼 달라진 영화의 문법과 마케팅과 관객 동원 방법에 대해 논하는 장면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반영이자 영화계가 가진 고민에 대한 토로이기도 하다. 영화에 대한 논의를 마주하는 순간 정말 영화란 무엇인가, 이 시대 영화란 무엇인가, 요즘 관객들을 사로잡는 영화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등 다양한 영화에 관한 생각과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점 역시 '미친 능력'이 현실과 스크린을 오가는 방법 중 하나다.
 
적재적소에 영화와 캐릭터를 활용해 1990년대 추억과 팬들의 향수는 물론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는 마지막 결정적인 카메오를 등장시키며 끝까지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제공한다. 극장을 나선 후 영화에서도 언급된 니콜라스 케이지의 대표작들을 찾아보며 영화와 현실을 관객 나름대로 이어보는 작업 또한 '미친 능력'이 가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07분 상영, 6월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미친 능력' 메인 포스터.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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