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등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은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뮤지컬계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正道)가 있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되고 △스태프는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며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하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컬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 없는 침체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동료 배우들 간 고소전이 계속되면 어려운 시기에도 뮤지컬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팬들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 뮤지컬팬들은 "좁디좁은 뮤지컬계에서 동료 배우들끼리 밥그릇 싸움하고 편가르기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앞으로 뮤지컬 공연을 보고 싶지 않다"며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옥주현과 김호영의 고소전은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인맥 캐스팅' 의혹으로 인해 촉발됐다. 지난 13일 타이틀롤 엘리자벳 역에 옥주현과 이지혜가 캐스팅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일부 팬들은 '엘리자벳' 네 번의 시즌 동안 엘리자벳 역을 두 번 맡았던 김소현이 빠진 것을 두고 '이지혜와 옥주현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김호영이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옥장판 사진과 함께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확산했다. 일부 팬들은 '옥주현을 겨냥해 쓴 글'이라고 추측했고 옥주현은 지난 20일 김호영과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김호영은 지난 21일 소속사를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강경대응 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