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주제로 국민의힘을 잔뜩 긴장시킨 당 중앙윤리위위원회가 22일 이준석 대표에게 제기된 성상납 의혹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다음 달 7일로 결정을 미뤘다. 윤리위는 이날 5시간 동안 자정이 가깝도록 회의를 하고서도 "징계할지, 안 할지도 (이 대표의) 소명을 들어봐야"한다며 불확실성을 이어갔다.
이양희 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국회에서 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성상납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심의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11시 50분쯤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는 제 4차 중앙윤리위를 7월 7일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소명을 청취한 뒤 심의, 의결할 것"이라며 해당 회의 때 이 대표의 출석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에 대해 증거인멸 의혹 관련 품위유지 위반을 사유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고도 밝혔다. 김 실장은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의혹을 무마하는 대가로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1시간 반 동안 진술했다. 이 위원장은 김 실장의 징계개시 판단의 근거에 대해 "의혹이 덜 풀렸다. 오늘은 협조하는 차원에서 왔기 때문에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징계절차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의혹이 덜 풀린 건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 2일 관련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지방선거를 이유로 한 차례 일정을 미뤘었다. 그런데 이날 또 다음 달로 결론을 미룬 셈이다. 이미 당 내부가 초유의 사태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윤리위 결정이 나올 때까지 사태는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백을 주장하며 어떤 수위의 결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이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길어지는 절차가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다"며 착잡함을 드러냈다. "2주 뒤에는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궁금하고 의아하다"고도 했다.
해당 사안을 경찰이 수사 중인 것은 물론, 윤리위가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수사권도 없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날 윤리위가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결론을 낼 것이란 관측을 내놨었다.
그럼에도 이날 이같은 결론에 따라 당장 차기 당권구도와 맞물려 당 내홍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에 대해 추가로 징계가 개시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압박만 가중된 회의 결과를 고려했을 때, 차기 당권주자와 일부 친윤(친윤석열)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을 더욱 높일 가능성도 있다.
그간 내온 입장 등에서 윤리위의 징계 의지가 강하게 읽혀졌기 때문에 이날 맥 빠진 결론에 대해 "의도를 알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실을 규명할 것도 아니면 일이라고 빠르게 처리 하든가, 자기들 명분 챙기고 회피하려고 미루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앞으로 2주 내내 윤리위 이야기만 나올 것 같아 걱정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만 윤리위는 "이럴 때일수록 원칙에만 충실하자는 게 일관된 생각(한 윤리위원)"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 측은 윤리위 결과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도 이 대표는 윤리위에 판단을 빨리 내려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해 왔다. 윤리위 결론에 따라 빠른 대응에 나서 당 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경우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카더라'가 넘치는 상황이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경제 대응부터 국회 원구성까지 지금 집권 여당으로서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이슈로 국민의힘이 소비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든 국민의힘도 손해고 결국 용산 대통령실까지 부정적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선 의원은 "2030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이 대표 징계 건을 두고 국민의힘을 향한 눈빛이 싸늘하다"고 걱정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뚜렷한 증거 없이 이 대표를 징계하면 국민은 (국민의힘이) 옛날의 새누리당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윤리위가 경찰 수사 상황과 당 안팎의 여론을 지켜보고 차기 회의에 반영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