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공무원 수십명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외 연수를 다녀와 논란인 가운데 당시 서초구는 내부적으로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초구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공직기강을 강조하면서 정작 부구청장 등 소수의 지도부는 '호화 연수'를 다녔다. 그들이 주장한 공직기강이란 결국 도덕적 해이를 포장하기 위한 '내로남불' 논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천정욱 부구청장을 포함한 서초구 공무원 20여 명은 4월과 5월 사이 '신명나는 직장 분위기 조성'이라는 사업으로 총 3차례에 걸쳐 호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번 해외 연수로 총 8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문제는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당시가 6.1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해외 연수 등이 자제되었던 시기라는 점이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천 부구청장 등 공무원 20여 명이 연수를 다녀온 시기인 지난 4월에서 5월, 서초구는 선거기간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한 공문을 최소 3차례 이상 공지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치구 구청장의 입후보 및 권한대행에 따른 행정공백 방지 및 공직 기강 확립 철저' 공문을 보면,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중립 및 공직 기강을 철저히 확립해 '행정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하여 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날엔 "3.30(수) ~ 5.31(화) 기간동안 행안부 시도 합동점검 실시 중이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고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주요 선거를 앞둔 시기에 구청은 선거 준비로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 행정 공백에 예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자칫 선거 중립성 훼손 우려가 있어 선거기간 해외 연수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초구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선거기간 공직기강과 관련한 공문을 내보낸 동시에 소수의 직원들에게만 비공개로 연수를 기획해 공직기강이라는 하나의 잣대를 놓고 이율배반적인 적용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같은 선거기간 서초구는 '공직기강'을 공익제보자에 대한 경고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 걸린 불법 현수막 중 민주노총의 게시물만 특정해 서초구에 제거를 요청한 사건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서초구는 노조 탄압 관련 현수막을 제거해 달라는 공문이 유출된 경위를 놓고 내부적으로 '공직기강'을 강조하는 공문을 공지한 바 있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구 내부 화면이 (언론 보도) 근거 자료로 사용된다"며 "지방공무원법 제52조 비밀엄수 의무 위반이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민주노총 게시물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외부에 공개한 내부자에 대한 경고로 공직기강을 이용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천 부구청장 등 일부 공무원들이 이번 연수시 다른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비용까지 몰아서 사용하고 다른 사업의 예산을 빼 와 '초호화 여행'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천 부구청장을 포함한 일부 공무원은 이번 해외 연수 동안 다른 용도의 예산을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해외 연수 명목으로 200만 원 한도 내에서 50명의 공무원에게 주어진 예산을 이들이 15명 몫을 몰아서 사용한 정황도 파악됐다.
특히 연수와는 목적이 다른 '국내외 자매결연도시 등 교류활성화' 사업의 사무관리비가 총 8차례에 걸쳐 1380만 원이 지출됐는데, 실제로 해당 사업과 관련한 행사나 연수가 기획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해당 사업 비용을 끌어다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다른 사업의 예산을 이번 연수에 사용했는지 여부는 추후 구청 측으로부터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이달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당시 사용한 예산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 요청 했지만, 구청 측은 거듭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연장 통지를 하는 등 공개를 미루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천 부구청장을 포함한 5명의 공무원이 예산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답변으로 추후 갈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