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범죄의 저연령화·흉폭화 등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통상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재판관 전효숙의 보충의견)
헌법재판소는 범행 당시 만 14세 미만이라면 형사미성년자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9조에 대해 2003년 합헌 결정했습니다. 2001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성폭행했지만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아, 피해자가 형법 9조의 위헌 여부 등을 따져달라고 했던 건데요. 당시 전효숙 재판관은 다수의 합헌 의견에 찬성한다면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소년법상 범죄를 저지른 만 10~13세를 '촉법소년'이라고 합니다. 형사미성년자인 이들에게는 소년원 송치‧보호관찰·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이 내려집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주례 간부 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장관은 소년 범죄 흉포화 대응을 위해 연령 하향 논의뿐만 아니라, 소년범 선도와 교정‧교화의 적절성 등에 대해서도 관련 부서가 함께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요. 지난 14일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입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살 미만에서 만 12살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요.
사실 과거 정권들에서도 제기돼온 문제이고 국회에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소년범죄와 관련해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20건이 올라왔는데, 이 중 6건이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나 만 13세로 낮추자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 하한에 대한 고찰' 논문이 학술지 '교정담론' 4월호에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이 2011~2020년 10년간의 검찰·경찰·법원의 소년범죄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촉법소년'의 범죄가 전체 소년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 추세라고 밝혔는데요.
저자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이 조기개입을 통해 '전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소년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재범 예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문제"라며 "촉법소년은 어른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화시키고 지도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촉법소년의 부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역시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 소년범죄에 접근하는 태도에 반대한다"며 "한 장관이 소년범죄에 대한 처방을 단적으로 말하고, 심지어는 소년범죄에서 국민을 보호한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직격했습니다.
덧붙여 "부모와 학교, 사회의 책임이 분명한 아동 범죄에 대해 형벌로만 대한다면 형벌권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속에서 사회가 보호해야 할 아동의 인격권은 말살된다"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에 개별 소년범죄 사건들이 얽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자세한 의견은 댓글로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