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현직 구청장과 취임을 앞둔 구청장 당선인 측이 공무원 인사 문제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당선인 측은 구청장이 행정안전부 지침이나 관례를 모두 무시하고 무리한 인사를 단행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현 구청장은 정해진 일정과 관례에 따라 정상적인 인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22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운대구 인사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회의에서 4급 공무원 1명과 5급 4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의결했다. 4급은 일선 구청의 국장급이고 5급은 과장급 간부 공무원으로 다음 달 1일 정식 발령 이후 교육을 거쳐 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인사에 대해 취임을 앞둔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당선인 측은 홍순헌 현 구청장이 임기를 불과 열흘가량 앞두고 간부급 공무원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은 '무리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 당선인은 홍 구청장이 인사위를 열기 불과 2시간 전에 자신에게 인수위 개최 사실을 알렸고, 그전에는 이렇다 할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임기가 끝나는 단체장의 경우 인사권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실제 다른 구·군은 다음 달로 인사를 미루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논공행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당선인은 "인사위원회 개최 사실은 당일에 전달받았고, 의견을 내겠다고 했지만 '참고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향후 구정을 이끌어야 할 다음 구청장의 의견은 인사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논공행상을 위한 무리수이자, '알박기 인사'라고 판단해 행정안전부와 부산시에 질의하고, 향후 대응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인사가 늦어지면 하반기 구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계획대로 인사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관례에 따라 인사를 앞두고 구청장 당선인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반박하며 계획과 관례에 따라 인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구청 하반기 인사 시점이 구청장 교체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다음 구청장에게 인사 관련 의견을 물어본 뒤 반영하는 게 관례"라며 "이 때문에 인사위원회를 한 주 연기했고, 관례대로 당선인 측에 의견을 물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안을 수용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승진 인사는 의결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는 등 당선인의 인사권을 배려했다"며 "협의와 조율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