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거포 박병호(kt 위즈)가 이승엽의 아성을 넘어섰다.
박병호는 지난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서 5회말 솔로홈런을 쏘아올려 시즌 20홈런을 기록했다.
이로써 박병호는 KBO 리그 통산 홈런 1위를 자랑하는 이승엽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에 올랐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9시즌 연속 20홈런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진기록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파워를 유지해야 하고 부상도 적어야 한다. 꾸준한 선수만이 넘볼 수 있는 기록이다.
이승엽도 대단했다. 이승엽은 홈런 32개를 쏘아올린 1997시즌부터 해외 진출 이전 마지막 시즌인 2003년까지 7시즌 연속으로 최소 3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렸다.
국내 복귀 첫 해였던 2012시즌에는 만 36세의 적잖은 나이에도 홈런 21개를 터뜨리며 9시즌 연속 20홈런 이상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3시즌 홈런 13개에 그치면서 기록 행진이 끝났다. 이후 4시즌 동안 매년 최소 24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며 은퇴할 때까지 건재함을 과시했다.
파워 그리고 꾸준함은 박병호도 이승엽에 못지 않다.
LG 트윈스에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쉽게 떼지 못하던 박병호는 2011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 구단으로 이적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한 2012시즌부터 올해까지 9시즌 연속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무려 173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급 거포로 떠올랐다.
박병호는 2016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2018시즌 KBO 리그로 유턴했다. 복귀 후 두 시즌 동안 홈런 76개를 때리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박병호의 타격 감각은 2020시즌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2020시즌에 홈런 21개를 날렸지만 타율은 풀타임 주전이 된 이후 가장 저조한 0.223에 머물렀다. 2021시즌에도 타율 0.227에 그쳤지만 특유의 파워로 간신히 홈런 20개 고지를 밟았다.
만 36세가 된 박병호는 이때까지만 해도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하지만 kt가 박병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적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올해 65경기 만에 홈런 20개를 터뜨렸다. 2위 김현수(LG)보다 7개 많은 압도적인 리그 1위다.
박병호의 올 시즌 순수 장타율은 0.290으로 대포 33개를 쏘아올리며 홈런왕에 등극했던 2019시즌의 기록(0.280)을 능가한다.
박병호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개인 통산 여섯 번째 홈런왕 수상을 기대해볼만 하다.
이승엽과 박병호는 단일시즌 홈런 1위 최다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각각 5번씩 홈런왕을 차지해 이 부문 공동 선두다.
만약 박병호가 올해 자신의 경력에 또 하나의 홈런왕 타이틀을 추가한다면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이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