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초구청 무더기 해외 연수…사업 예산 전용 의혹

부구청장 등 5인, 십여명 연수 갈 예산 한번에 사용
다른 사업 예산 빼 와 쓴 정황… '목적 외 예산 사용' 의혹
서초구청 "정보공개 청구 답변으로 추후 갈음할 것"

연합뉴스

서초구청 공무원 수십 명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외 연수를 다녀와 논란인 가운데 연수에 다른 용도의 예산을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해외 연수 명목으로 200만 원 한도 내에서 50명의 공무원에게 주어진 예산을 천정욱 부구청장을 포함한 5명의 공무원이 15명 몫을 몰아서 사용한 정황도 파악됐다.

천 부구청장 등 일부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 기회까지 박탈한 것과 함께 다른 사업 예산을 빼 와 초호화 여행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천 부구청장을 포함한 20여 명은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 4월에서 5월 총 3차례에 걸쳐 호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다. 이 사실은 CBS노컷뉴스 보도(관련기사: [단독]서초구청, 6·1지방선거 직전 무더기 해외연수)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이들이 연수를 위해 지출한 예산은 '신명나는 직장 분위기 조성' 단위 사업 내 '실무공무원 국외정책연수'로, 총 1억 원이 책정돼 있으며 1인당 200만 원씩 50명에게 할당돼 있다.

다만 호주에 다녀왔다고 알려진 천 부구청장 등 공무원 5명은 기준 금액인 200만 원을 최소 3배 이상 넘게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 부구청장의 경우 기준의 4배에 달하는 약 800만 원을 지출했으며 그 외 직원들은 개인당 약 560만 원의 금액을 사용했다. 이들 5명이 연수를 통해 지출한 금액만 약 3천만 원으로 이는 15명 직원이 해외 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금액이다.

구청의 업무를 총괄하는 부구청장을 포함한 일부 공무원들이 다른 직원들의 몫으로 된 예산을 한 번의 연수로 무더기로 써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초구 해외 연수 직원 리스트 캡처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시기에 다른 사업에서 약 1380만 원의 예산을 끌어다 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서초구 행정지원과 지출내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시기인 5월 중순, 연수와는 목적이 다른 '국내외 자매결연도시 등 교류활성화' 사업의 사무관리비가 '정책연수 관련 사무관리비 지출' 명목으로 총 8차례에 걸쳐 1380만 원이 지출됐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집행의 경우 한 사업 당 하나의 항목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만약 하나의 사업과 관련한 업무 중에 다른 사업의 예산을 끌어와 사용할 경우 부패방지법 8조 행동강령 위반으로 이 중 '목적 외 예산 사용'에 해당될 수 있다.

2022년 서초구의 '세입·세출 사업예산서'에 따르면, 해외 연수와 비슷한 시기 사용된 사무관리비는 '국제교류 관련 통역 사례금 혹은 차량 임대료' 그리고 '국외자매 우호 협력도시 교류'와 관련해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취재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해당 사업과 관련해 국외 여행 경비 등으로 쓰이는 국제화여비 국외업무연수비가 책정되지 않았다. 서초구가 협력을 맺은 국외 도시와 관련한 행사와 관련한 예산도 책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다른 사업의 예산을 이번 연수에 사용했는지 여부는 추후 구청 측으로부터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국내외 자매결연도시 등 교류활성화' 사무관리비 1380만 원을 이번 해외 연수에 전용해 사용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서초구청 측은 "해당 사안은 전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외 천 부구청장을 포함한 5명의 공무원이 예산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답변으로 추후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