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판단할 윤리위원회가 22일 열린다.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만 나오더라도 이 대표 체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거취에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고'만 나와도 이준석 리더십 생채기 불가피
국민의힘 윤리위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22일 저녁 7시에 위원회를 개최하여, 지난 4월 21일 개최된 위원회 의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된 사안들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리위는 "지난 4월 21일 회의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 개시'를 통보 받은 당원들이 제출한 서면 소명 자료를 검토하고, 4월 21일 회의 결과 '윤리위원회 당규 제14조(협조의무)'에 근거하여 김철근 당원(당 대표 정무실장)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리위는 지난 4월 회의에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연관된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이 대표가 대전에서 성상납을 받았는데, 이 대표 측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제보자를 만나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 골자다.
최근 경찰은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속 수감 중인 김성진 아이키스트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23일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 대표의 뇌물수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윤리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권유 △제명 등 4단계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 중 최고 수위인 제명은 별도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탈당권유는 당사자가 10일 이내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지체 없이 제명 처리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제명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조항과 상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조항이 상충되는 것이 사실이므로 결국 당헌·당규 해석 권한이 있는 최고위 판단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 판단이라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일종의 '안전판'이 있는 탈당권유·제명과는 달리 '당원권 정지'는 곧바로 효력이 발휘된다. 최고위 의결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당원권 정지는 1개월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내에서 취해질 수 있는데, 정지 기간 동안 당원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중지되는 것이기에 윤리위 결정과 함께 대표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당원권 정지 처분은 탈당권유·제명보다는 낮은 단계의 징계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운신의 폭을 가장 좁히는 결정이 될 수 있다.
경고 처분은 당장의 이 대표 직위에 영향을 주는 징계는 아니지만, 당 내에서 '도덕성' 공세가 심해지고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비록 경고일지라도 윤리위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 대표의 품위 위반이 확인된다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흑화(黑化)' 언급했던 이준석,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향후 정치적 후폭풍은 물론, 시나리오가 예측 불가로 흐르다 보니, 당내에서는 윤리위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상당하다. 한 초선 의원은 "수사도 한창 진행 중이고, 사실관계, 목적 등 드러난 것도 없는데 징계를 내릴 경우 당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민생 이슈 등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인 상황에서 도움이 하나도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징계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준석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게 문제다. 앞서 이 대표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경고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고위 판단을 받아야 하는 제명이 아닌 윤리위가 임의로 할 수 있는 당원권 정지는 그야말로 정치적 판단"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또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흑화(黑化)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가 기존 정치문법에서 벗어난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를 해산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 당최고위원회의 안건 상정 권한을 통해 윤리위의 결정 자체를 최고위에서 재논의하자고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당내 분란이 커지고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에 극단적인 대책을 꺼내기보다는 윤리위 판단을 지켜본다는 신중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 일각에서는 윤리위 결정에 반발한 이 대표가 탈당한 뒤, 자기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아예 신당 창당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의 성향을 볼 때, 윤리위 결정과 반대 세력들의 압박에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당을 나가겠다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며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없어진다면,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기는커녕 당 지지율이 수직낙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