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넉 달째 이어지면서 양측 모두 상관 명령에 반발하거나 탈영 등 사기 저하 문제가 발생했다고 영국 국방부가 진단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전쟁이 몇 년 동안 진행되는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양측 사기 떨어져…러, 장교-사병 대치도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일일 전쟁평가를 통해 "양측의 병력이 돈바스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사기에 큰 변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특히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주 동안 탈영병이 늘어났고, 러시아군의 사기는 매우 문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장교와 병사 사이에 총기를 겨누며 대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러시아군의 전화통화 내용을 감청한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최전방 상황과 열악한 장비, 전반적인 인력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몇 년 동안 이어질 준비해야"…장기화 우려
전쟁 장기화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몇 년 동안 이어질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을 향해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비용이 매우 많이 들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매일 전선에서 겪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크름반도를 합병했듯이 우크라이나에서도 목적을 달성하면, 우리는 더 큰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힘을 보탰다. 그는 "전쟁의 피로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면서 "푸틴이 승리한다면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 독일·이탈리아 가스 제한
러시아의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최근 유럽의 주요 고객인 독일과 이탈리아에 공급량을 줄였다. 이탈리아 에너지 관계자들은 이번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에너지 대기업 ENI는 다른 나라에서 가스를 추가로 구입해 올 겨울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스 사용 제한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공급 감소로 인한 에너지 부족사태를 우려해 가스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량을 제한할 방침이다. 독일은 겨울을 앞두고 가스 저장 시설에 가스를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로버트 하벡 경제장관은 가스 발전을 제한하는 대신 환경 오염이 더 발생하는 화석연료 발전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씁쓸하지만, 가스 사용을 줄여야 하는 지금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치열해지는 세베르도네츠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교전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영국 국방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세베르도네츠크 지역의 동남북에서 교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전선의 변화는 없다고 평가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세베르도네츠크 지역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군(러시아군)이 도시 중앙에서 24시간 드론으로 정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이 세베르도네츠크 동부 지역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도 남부지역 사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남부 흑해 연안도시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방문해 군병력과 의료진을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남부 지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