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공직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요."
당내 경선 때 막판 후보 단일화로 현직 시장을 제압하고, 본선에서는 정권교체 바람을 탄 국민의힘 후보를 꺾기까지. 9급 공무원 출신으로서 생애 첫 선거는 험난하기만 했다.
"치열한 싸움이었죠. 그래서 더 간절했습니다. 초심을 잊지 않고 거대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화성 발전을 위해 당면 과제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역의 동·서 불균형 해소다. 인구 94만 명을 넘어 "100만 특례시 승격과 200만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앞둔 만큼, 덩치에 걸맞은 도시의 고른 발전에 시정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
정 당선인은 지난 16일 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CBS와 인터뷰를 갖고 "낙후지역을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는 게 아닌 지역별 부족함을 채우는 '질적 균형'을 이루겠다"고 힘을 줬다.
'맞춤형' 균형개발, 시정연구원으로 '특례시 백년대계'
균형발전 전략으로는 '권역별 맞춤형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동·서를 비롯한 남부 등 각 권역별 도시 특성에 맞는 개발수요를 발굴해 충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정 당선인은 "수평적 균형발전은 어렵다"며 "서쪽은 생활인프라가 부족해 기본적인 시설을 확충해주는 게 우선이고 동쪽은 인구에 비해 문화시설이 부족한 걸 채워야 한다"고 했다.
실제 동탄2신도시, 봉담2지구에 이어 진안신도시 계획까지 대부분 신규 개발사업은 동부권에 쏠려 있다. 동탄, 병점, 봉담, 정남 등 동부생활권 인구는 시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반면 도농복합인 서남부는 면적의 75% 규모임에도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다. 상하수도, 가스, 의료시설, 도로 등 정주 여건이 열악한 데다, 공장 개별입지 등으로 난개발마저 심각하다.
정 당선인은 "동부권은 아파트, 서남부는 도농복합 등 지역에 따라 도시의 형태와 성격이 각기 다르다"며 "권역별 개발수요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부는 바이오·물류·유통, 남부는 교통·행정·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동부의 경우 ICT, 지식, 문화, 교육산업에 집중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정 당선인은 화성미래발전포럼을 발족하며 균형발전을 줄곧 내세워 왔다. 시장 취임 이후에는 '화성시정연구원'을 설립해 관련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시정연구원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화성의 백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성시 균형발전 특별위원회' 등도 설치해 정책사업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광역지자체나 특례시 등에서만 시정연구원을 둘 수 있었는데, 지난 4월 지방연구원법이 개정되면서 시정연구원 설립 요건이 기존 인구 100만에서 50만 이상 도시로 완화됐다.
"1시간 내 왕복"…화성 '거미줄' 교통망 구축
균형발전의 핵심 기반으로는 '교통망' 확충을 들었다. 도시 혈관 역할을 하는 도로를 구석구석 확장해 교통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인구 이동과 물류 운반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정 당선인은 "균형발전의 기본은 교통망"이라며 "외곽을 도는 도로는 물론, 내부를 관통하는 지선들도 늘려 거미줄 형태의 도로망을 갖춘 화성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이어 "봉담, 송산그린시티, 전곡항, 궁평항, 기아자동차, 향남, 정남 지역을 거쳐 다시 동탄으로 이어지는 순환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자사업인 동탄-정남-향남 등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경우 직장인들의 교통수요가 높은 기아자동차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시·도비를 보태 경제성(BC)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궁평항에서 전곡항까지는 일부 이뤄지고 있는 4차선 확장 공사 구간을 더 늘리고, 송산그린시티 일대는 곳곳에 끊긴 국도들을 연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화성 남북을 이어줄 팔탄, 향남을 지나는 도로도 건설하는 등 5년 정도 뒤면 구색이 갖춰질 것"이라며 "30분~1시간 내 왕복할 수 있는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목표를 정했다.
철도 계획도 빠지지 않았다. 신안산선, GTX-A, GTX-C, 1호선 연장, 동탄-인덕원선, 동탄트램 등 화성지역과 연관된 12개 노선 사업들을 차질 없이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 당선인은 "대부분 국책사업이다 보니 지자체와 정치권, 전문자문단 등이 합심해 정부의 사업추진 과정에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교통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철도노선 사업이 시정의 비중 있는 현안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인수위는 물론 시청에도 교통TF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위기 시민 위해 '24시간 시장 핫라인' 구축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살'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핵심은 '24시간 핫라인'이다. 한강 교량에 설치된 자살예방 문구와 비상전화에서 착안됐다.
정 당선인은 "지난해 지역에서 이틀에 한 명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마지막 순간 시장과 통화하며 마음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채널을 취임 즉시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살고위험자를 극한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으로 보고 직접 보듬는 복지를 하겠다는 것으로, 기존 자살예방센터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가 하면 시장이 상담업무까지 지원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시장은 멀리 내다보면서도 가까운 곳을 꼼꼼하게 살피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며 "기존 자살예방센터의 역할도 강화하는 등 시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역설했다.
이는 "사회적 약자도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인정 많은 옆집 아저씨 같은 시장'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정치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상담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구축·운영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인수위 측은 장난전화나 단순 민원 제기수단으로 오용되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외에도 50명 넘는 개인 기부자들을 모집해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취약층과 연계해주고, 한의사와 각 농촌마을 등을 연결해 건강을 돌봐주는 등 다양한 복지 구상안을 제시했다.
"일 잘하는 화성시, 열린 시정 펼칠 것"
정 당선인은 6·1 지방선거에서 17만 6631표(53.03%)를 기록, 구혁모 국민의힘 후보를 2만여표(6%P) 격차로 밀어내고 민주당 강세지역인 화성에서 진보진영의 시정을 이어가게 됐다.
권칠승(화성시병)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그는 도내 3번째 동장·면장 출신 지자체장이다.
1989년 안산시를 시작으로 경기도청과 화성시청 등을 거치며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베테랑 행정가다. 임기 초반 업무 준비와 시장직 수행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직 당시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경험을 감안해, 향후 시청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연수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명근 당선인은 "풍부한 행정경험을 살려 적재적소의 인사운영으로 일 잘하는 공직사회를 실현하고, 작은 소리도 크게 듣는 겸손하고 열린 시정을 펼치겠다"고 인터뷰를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