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이어 사업비대출 상환까지…'시계 제로' 둔촌주공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공사가 중단됐다. 박종민 기자

국내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주단은 7천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까지 결정하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조합 운영 실태 합동점검 결과 위법 혐의가 포착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은 오는 8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7천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
 
대주단은 "상환일정 조정은 대주 전원 동의에 의해 결정되나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오는 8월 23일까지 대출금 만기에 따른 상환을 준비해달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대주단은 조합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의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향후 사업 추진 역시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까지 조합과 시공단이 입장 차이를 좁히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사업비 대출 연장이 막히고 이에 따라 조합원은 1가구당 1억여원의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시공단이 대주단에 사업비를 대위변제(대신 갚는 것)한 후 조합에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를 포함한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종민 기자

공사중단이 장기화되는데 따른 손실에 더해 대출만기까지 다가오면서 조합원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조합원 일부로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15일 시작된 공사 중단이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추정 손실액은 1조6천억원, 조합원 1인당 약 2억7천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관련해 조합 집행부는 대주단의 대출 연장불가 통보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난 15일 뒤늦게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만기연장이 불가능할 경우 현실적으로 연대보증인인 시공사업단이 상환(대위변제)을 하는 게 옳고, 대위변제를 한다고 해서 바로 시공사들이 곧바로 조합의 재산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사업이 정상화되면 새로운 사업비 대출을 받아 대위 변제금을 상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조합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정상화시켜 사업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과 시공단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평행선을 걷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중재와 정부‧지자체가 진행 중인 정비사업 조합 운영실태 합동점검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6월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 논하지 말고 공사비 3조2천억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 신청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 등을 제안했다. 조합은 서울시의 중재안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지만, 시공사업단은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고, 서울시는 시공단의 입장이 반영된 새로운 중재안을 준비하고 있다. 시공단은 새 중재안이 마련될 때까지 예정된 타워크레인 철거를 연기한 상태다. 
 
박종민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3일부터 2주간 둔촌주공 조합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포착한 위법 혐의 일부에 대해 조합에 소명을 요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조합 측은 입장문을 내고 "실태조사 과정에서 '조합원의 부담금의 범위 예산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상의 정비사업비 예산 범위 내에서 업체를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의원회에서 충분히 업체 선정이 가능하다'는 소명을 이미 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등은 조합 측의 소명을 확인한 후 필요한 경우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합에 대한 처분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지자체장은 심의위 검토 의견에 따라 문제 사실이 있을 경우 △조합이 부적절하게 지급한 금액 환수 권고 △행정지도 △시정명령 △수사의뢰 △고발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조합 운영에 문제점이 확정될 경우 시공단과 대립각을 세워온 현 집행부의 정당성을 흔들리고 집행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공사 중단 사태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현재 둔촌주공 사태의 책임이 조합 집행부에 있다며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는 해임 발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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