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민생행보' 경쟁…'민생입법'은 나 몰라라

박종민 기자

살인적인 고물가 사태 속 미국발 금리 인상 흐름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고되는 등 서민경제에 날로 시름이 깊어지자 여야가 각각 민생 행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서민경제 지원을 위해 국회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상임위 가동을 통한 법률안 제·개정이 필요한데 여야는 여전히 원구성은 뒤로 한채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부랴부랴 '민생' 내세우는 여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각각 특별위원회, 실천단을 출범시켜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누적된 유동성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에 '자이언트스텝'으로 상징되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더해지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 역시 불가피해지면서 닥쳐온 서민경제 위기를 정치권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표현이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첫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유류세 추가 인하와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할당관세' 품목‧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위 회의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2차례 열리되, 위원들은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류성걸 특위위원장은 "고물가와 저성장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 전 세계적인 최악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며 "거시적‧미시적 측면을 모두 검토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역시 지난 14일 민생우선실천단을 띄우고 이튿날 현장을 찾아 상인 간담회를 가지는 등 밀착 행보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요즘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고 한다"며 "여야를 떠나 민생을 우선해야 하는데, 원내 1당으로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원 구성없는 여야의 민생 경쟁…체감 효과는 물음표

하지만 국회 하반기 원 구성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이같은 민생 챙기기 경쟁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선제적으로 '세 감면'을 내세웠지만,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유류세 감면이 대표적이다. 시행령을 통한 휘발유 기준 37원, 경유 기준 25원 인하 만으로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은 논의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밖에도 식대를 비롯한 비과세소득 확대, 부동산세 감면 등도 아직 선언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민주당 민생실천단은 여당의 이같은 '세 감면 대책'을 비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현장 간담회 당시 "국회가 열리면 상임위원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가며 꼼꼼하게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원구성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착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열린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원 구성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양당은 공식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시간을 끌수록 민생에 악영향을 주는 건 확실한데, 이는 양당 모두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비공식 접촉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견해 차를 좀처럼 좁혀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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