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 일대 주민들을 위한 의약품을 기부한데 이어 조용원·리일환·김여정·현송월 등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핵심 간부들도 약품 기부에 동참했다.
김정은 위원장 부부의 약품 기부 관련 사진이 지난 16일 북한 노동신문 1면에 실린데 이어 조용원 김여정 등의 약품 기부 사진도 17일 신문 1면에 게재됐다.
코로나19에 이어 장내성 전염병까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해주 일대에 발생함에 따라, 전염병 감염 공포에 눌리고 각종 불편과 고충이 가중되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가정에서 성의껏 마련한 의약품"임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조용원 비서 부부와 리일환 비서 부부가 함께 의약품을 마련하는 장면의 사진을 실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젊은 남성과 의약품을 함께 들고 있는 사진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부부장이 살짝 눈을 감고 있었고, 금테 안경을 낀 옆의 남성이 김 부부장을 내려 보는 장면의 사진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과 이 남성 간의 거리가 가깝고 문제의 남성이 똑바로 서 있는 점에 비추어볼 때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약품을 받으러 온 간부였다면,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적 체제에서 2인자인 김여정에게 허리를 숙이지 않고 똑바로 서서 약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김여정도 올해로 공식 등장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그의 남편도 이제 간접적으로 언론에 데뷔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김여정 부부장의 남편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용원 비서 부부와 이일환 비서 부부의 경우, 그들이 거주하는 가정집 내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부부 관계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지만, 김여정은 현송월 부부장과 마찬가지로 가정집이 아니라 외부 장소에서 촬영된 만큼 부부 관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부부장의 남편이라기보다는 약품을 전달받으러 온 당 간부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 2014년 9,10월경에 김정은의 금고를 관리하는 39호실 간부와 결혼했다는 설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그의 결혼 여부와 출산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된 적이 없다.
해당 남성은 통일부의 북한 주요인물정보나 북한기관별 인명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는 인물로 파악됐다.
한편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 일대에 최근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해 800여 세대가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구당 구성원을 최소 3~4명으로만 잡아도 2천여 명이 감염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보건 의료 인프라 열악한 북한 상황을 감안할 때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에 이어 장내성 전염병까지 겹침에 따라 이미 가뭄 피해를 입은 올해 농사 작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북한 식량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