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이 돌아왔다. 2015년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애프터 더 선셋: 화이트 나잇'(After The Sunset: White Night)을 발매하고, 2016년 2월 연 공연이 그의 '공식 활동' 마지막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연이어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던 임재범은, 별다른 소식이 없는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팬들의 응원과, 곁에서 힘을 준 소속사의 노력으로 7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16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임재범의 정규 7집 '세븐 콤마'(SEVEN,) 프롤로그 곡 '위로' 발매 기념 미디어 청음회가 열렸다.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하는 자리인 만큼 많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공백기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임재범은 "사랑하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얼마 안 있다가 아버지도 하늘나라로 떠나셔서 마음도 많이 무거웠고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 음악도 듣지 않고 TV조차도 보지 않고 생활하다 보니 음악이랑 너무 멀어지게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복귀를 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팬과 소속사 식구들이었다. 임재범은 "(제가) 은퇴한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하지 않아서, 아직 활동할 여건이 남아있다고 (팬들은)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팬들 글 읽고, 소속사 식구들과 얘기하면서 다시 한번 일어나는 게 어떻겠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라며 "지금도 맘이 편안한 편은 아니지만, 다시 나올 수 있게 해준 팬분들과 소속사 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정규 7집을 발매하기 전 먼저 공개하는 '위로'는 '너를 위해' '고해' '살아야지' '비상' 등 다수 곡을 작사해 임재범과 깊은 인연이 있는 채정은이 가사를 쓴 곡이다. 임재범은 "채정은씨는 제 개인적인 버릇이나 마음 상태를 잘 모르시지만 그렇게 가사를 맡겨도 저에 대해 마치 보고 있는 사람처럼 맞게 써 주시는 분이다. 저하고는 파트너와 다름없는 분이다. 너무너무 잘 써주셨다.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위로'는 수많은 이유로 불 꺼진 방에서 혼자 힘듦을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시간만이라도 가만히 곁에 서 있어 주고 싶다는 소박한 위로를 담았다. "우리 모두 너무나 힘든 코로나라는 시기를 거쳤다"라고 운을 뗀 임재범은 "여러분에게 위로드리면서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저도 힘들지만 제가 여러분에게 드릴 수 있는 건, 노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노래로서 위로하는 게 가장 맞지 않을까 했다"라고 설명했다.
곡을 받고 녹음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었기에 아직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다. 임재범은 "오랫동안 노래라는 걸 해왔는데 노래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 요즘에 다시 녹음하면서 '이야~ 노래가 정말 어려운 거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체력 회복을 다 하지 못한 상황이라 녹음하면서 소리가 제대로 나올까, 팬분들이 제 노래를 들으시고 임재범답다고 해 주실까 많은 고민 속에서 녹음했다"라고 밝혔다.
임재범은 "창법을 제가 바꾼 건 아니고 오랫동안 노래를 안 해서 그런지 톤이 많이 얇아져 있다. 옛날에는 반가성을 썼다면 지금은 되도록 진성을 쓰려고 애쓰고 있다. 2집 때 목소리처럼 맑아졌다는 얘기도 들어서 어떻게 보면 더 좋을 수도 있다"라며 "일부러 소리를 꾸미는 것보다, 지금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지금 임재범의 노래를 들려드리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부연했다.
오랜만에 선보일 정규앨범 '세븐 콤마'는 아직 '작업 중'이다. 작곡가 김현철, 윤상, 최준영, 신재홍, 이상열 등과 협업했다. 임재범은 "8곡 정도 녹음 마친 상태다. 11곡 중 3곡이 남은 상태고, 발라드가 제일 많을 것 같다. 록 장르도 있고 미디엄 템포도 있고 새로 시도하는 것도 있고, 여러 장르가 섞여 있다. 팬분들이 괜찮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임재범은 올해로 데뷔 37주년을 맞았다. 그는 "어쩌다 보니까 37년이란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항상 제 마음속엔, 옛날에 데뷔했을 때 신인 때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노래를 해오긴 했지만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뭐 하나 제대로 남겨놓은 것 같지도 않고, 한편으로는 많은 걸 남겨놓은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에게 음악은 '숙명'이라고 밝혔다. 임재범은 "어떻게 피하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아도 제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게 저에겐 음악이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7집 앨범을 열심히 잘해서 마치고 그전과는 다른 공연도 준비 착실히 해야 할 것 같다. 제가 나가기 적당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고, 하나하나 체력 회복하면서 소리도 다시 한번 찾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 그동안 팬들 (곁을) 비웠던 시간을 잘 메꿀 수 있도록 하나하나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임재범의 정규 7집 '세븐 콤마' 프롤로그 곡 '위로'는 오늘(16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