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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당근 주산지에서 워케이션까지' 제주 구좌마을의 변신 (계속)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는 질그랭이센터가 있다. 질그랭이는 지그시라는 뜻의 제주어로, 마을 주민들은 누가 오던지 편히 머물다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건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질그랭이센터라는 명칭에 맞게 1층은 마을리사무소와 구좌주민여행사가 있고 2층은 마을카페, 3층은 공유 오피스, 4층은 객실로 꾸며졌다.
2015년 정부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86억원을 지원받았고 그 돈의 일부가 기존 마을회 소유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데 쓰여 2020년 1월 질그랭이센터로 문을 열었다.
또 공유 오피스 등이 추가된 지금의 건물은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눈길을 끄는건 세화리에선 주민 477명이 설립한 전국 최대규모의 마을협동조합을 두고 구좌주민여행사까지 운영하며 마을관광인 카름스테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마을에서 머문다'는 뜻의 카름스테이는 제주 마을관광의 통합 브랜드인데, 시작단계에선 구좌읍 세화리를 비롯한 도내 10여 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세화리는 구좌주민여행사라는 전담조직을 두고 해녀투어와 다랑쉬오름투어, 스탬프투어 등의 다채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해녀와 함께하는 퀴즈쇼, 미니테왁 만들기, 해녀 탈의장 체험, 해녀들의 불턱이야기, 다랑쉬 둘레길 탐방, 숲속도로 체험, 숲속요가 체험 등이 있고 맛집이나 서점, 세화항일운동기념탑 등을 방문하면 스탬프를 찍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더욱이 세화리는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 방문객들을 유치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질그랭이센터에 여행사와 더불어 공유 오피스, 객실, 카페까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층 공유 오피스에는 최근 하루 20명에서 30명이 찾는다고 한다. 2층 마을카페에서 당근 주스나 커피를 사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업무공간으로, 웬만한 사무용품이 대부분 갖춰진데다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어 인기가 높다.
양군모 세화마을 PD는 "한국관광공사가 워케이션 시범사업을 하면서 지난달부터는 수도권 기업 10곳이 오피스 공간을 이용했다"며 "질그랭이센터 옆 건물에 또다른 오피스 공간이 들어서면 하루 5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질그랭이센터 4층에 있는 객실은 모두 4개로, 바다가 보이는 조망이라 인기가 높다. 이번 달도 아직 보름이나 남았지만 80%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고 2~3개월 전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양 PD는 "1인실, 2인실, 6인실, 8인실로 꾸며진 객실은 가족단위나 개별여행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데 세화마을에 머물며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을 여행객이나 숙소로만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2층 카페의 이름은 '477플러스'로 세화마을협동조합 설립 당시 참여했던 마을 주민 477명을 상징하고 있다.
이 곳은 마을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과 워케이션 이용객들이 쉴틈없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구좌읍은 전국 당근 유통량의 65% 정도를 점유하는 국내 최대 당근 주산지인데 바로 이 카페에서 당근 주스를 팔기 때문이다.
양군모 PD는 "카페 수익이 월 2천만원 정도 되고 숙박도 한달 1천만원 정도여서 올해 1년 매출은 3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겪어 지난 2020년 마을카페가 먼저 문을 열었을 때는 한해 9400만원이 적자였고 지난해에는 겨우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양 PD는 "세화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한 부지성 세화리장의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으로 마을전담조직을 꾸릴 수 있었고 드디어 지난해에는 흑자로 전환하는 해가 됐다"며 "올해는 마을관광과 워케이션이 결합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이 여행사를 차려 관광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이제는 워케이션까지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근 최대 주산지인 구좌읍은 1차산업과 카름스테이, 워케이션이 공존하는 새로운 마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