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Why]바이든은 왜 트럼프보다 인기가 없을까?

30%대로 떨어진 바이든의 지지율 트럼프 제치고 꼴지, 인기 추락하는 까닭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이다. 지난 10일 기준 평균 지지율이 40.2%(파이브서티에이트)였는데 이후에 38%까지 떨어진 조사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록 41.5%을 누르고 역대 꼴지다. 5개월 남은 중간선거는 패색이 짙다. 정치 베테랑 바이든 대통령이 어쩌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 됐을까?

① 인플레의 역습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물가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8.6% 치솟았다. 41년만에 최고치 상승이다. 고깃값은 13.8%, 밀가루는 14.2% 올르는 등 서민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된 이후에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써왔던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의 역습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듯 하다. 지난해만 해도 물가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과감히 돈을 풀었던 그였다. 이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악재가 겹치면서 인플레라는 괴물과 싸워야할 처지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뒤늦게 여러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신조에 가까운 중국관세도 내릴 태세다. 가정용품과 자전거 등 중국산 소비재의 일부 품목에 고율 관세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국경에 곡식 저장 창고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에 묶인 식량을 풀겠다고 밝혔다. 기름값이 치솟자 엑손모빌을 비롯한 정유사에 직접 편지를 보내 공급 확대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부랴부랴 내놓는 여러 정책들은 그만큼 물가 관리를 촘촘하게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② 나이의 한계

바이든의 신체 나이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절반이 넘는 미국 국민들은 여든이 넘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3월 미국 유권자 1천500명을 상대로 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당원 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2년 후 대선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41%로 절반에 못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하게 될 경우 임기가 시작되는 2025년 나이는 82살이 된다. 미국 대통령 중 연임 당시 나이가 가장 많았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73살) 보다도 9살이 많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여러 공격을 받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진위와 관계없이 대중들에게 나이든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 트럼프 언론들이 국방장관의 이름을 깜박 하거나, 연단에 내려와서 잠시 주춤하는 모습 등을 부풀려 건강이상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③ 국회에 번번히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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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주요 정책들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투표권확대법안 처리가 실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투표권확대법안은 민주당이 올해 가장 공을 들였던 법이다. 현재 미국 50개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투표 절차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내용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주 정부가 유권자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해 유색인종의 투표권 제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바이든은 필리버스터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투표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이든의 오랜 상원 경험과 정치 인맥을 바탕으로 국회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인들은 잇따른 입법 실패에 실망하는 분위기가 있다.

총기 규제법도 진행이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텍사스 주의 초등학교 총기 난사 등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이 문제를 쟁점화해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입법 협상을 타결해 상원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공격용 소총 판매를 금지하고 총기 소지 나이를 18세에서 21세로 끌어올리는 등의 민주당 원안과는 거리가 있다.

④ 민주당 내 비토

'바이든으로는 안된다'는 기류가 민주당 내에서도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민주당 내 관계자 50여 명을 인터뷰하고 바이든에 대한 당원들의 불만을 전했다. 고령의 나이와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에 많은 당원들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본인은 건강이 허락된다면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중간선거에 실패하고 인기가 계속 곤두박질 칠 경우에 민주당의 대안 찾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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