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배정 안 하면 학과장 일괄 사퇴" 경성대 갈등 확산

경성대, 재정난 이유로 학생 실험·실습비 대폭 감액, 학과 조교 미채용
사회과학대학 학과장 5명, 학교 결정 반발해 결의문
교수회도 성명 발표하고 총장 사과 요구하는 등 학내 갈등 확산
경성대 "호봉제 교수들 높은 임금 때문에 재정난 심화…불가피한 결정" 반박

부산 경성대학교. 송호재 기자

부산 경성대학교가 재정난을 이유로 학생 실험·실습비를 줄이고 조교도 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자 한 단과대학 학과장들이 보직 사퇴를 결의하고 교수협의회가 반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갈등이 대학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5.18 CBS노컷뉴스=경성대 연극영화학부 "실습비 감액·시설폐쇄로 학습권 침해"]
16일 경성대 관계자에 따르면 경성대 사회과학대학 학과장 5명은 전날 결의문을 발표하고, 조교를 배정하지 않을 경우 전원 학과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의문에서 학과장들은 "8월 31일까지 학과(전공)별 조교를 배정하지 않으면 전원 사퇴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후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대학본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단과대학도 자체적으로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대학본부에 문제를 제기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대학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경성대 교수협의회 역시 지난 14일 총장의 사과와 교원·학습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교육 주체인 교수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조교를 없애고 실험·실습비를 삭감한 것은 반교육적인 만행"이라며 "대학은 재정난을 호소하지만, 보직 교수들은 직원 임금 체불 기간에도 각종 수당을 받아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내에서는 이미 교권과 학습권 침해에 대한 고통과 분노가 인내 한계를 넘었다"며 "총장은 교권과 학습권 침해에 대해 교수와 학생에게 사과하고 학부·과 조교와 실험·실습비를 즉각 원상 복구하라"고 촉구했다.

경성대는 재정난을 이유로 올해 학생을 위한 실험·실습비를 60% 이상 삭감했고, 학과별 조교도 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연극영화학부 학생들이 자체적인 연극 무대를 마련해 대학본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등 곳곳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 경성대는 계속되는 재정난의 원인은 '호봉제 교수들의 높은 임금'이라고 반박하며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경성대 측은 반박 자료를 통해 "장기간 임금동결에 불만이 있었던 호봉제 교수 120명이 임금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판결에 따라 임금 차액 430억원을 지급하면서 재정 위기가 발생했다. 현재 호봉제 교수들의 임금도 전국 최상위권"이라며 "행정부서 통폐합을 통해 학사 업무를 충분히 지원하고, 실험·실습비는 인건비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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