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로또 1등 50명' 조작 음모론, 사실일까

안나경 기자

45개 숫자 중 6개 번호조합이 1등으로 선택될 확률은 814만분의 1. 살면서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은, 이 희박한 확률을 뚫고 일확천금을 거머쥔 이들에 대한 관심은 연일 뜨겁다.

최근 로또 1등 당첨자(50명)가 역대 가장 많이 나온 걸 두고 일각에서 각종 조작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우연히 추첨된 결과"라며 진화에 나섰다.

기재부는 14일 "한 회차 당 판매량인 약 1억장을 고려할 때 1등 당첨자가 12명 안팎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당첨자가 많아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추첨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전주 1018회 로또 1등 당첨자는 2명뿐인데 한 주 만에 50명으로 폭등했다"면서 끊임없이 조작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이 엄청난 행운에 얽힌 오해와 진실은 뭘까.

연합뉴스

#로또 추첨 방송은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다?

동행복권 관계자 측은 15일 CBS노컷뉴스에 최근 로또 1등 최다 당첨자 음모론과 맞물린 각종 조작설에 "모든 게 가짜 뉴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로또는 공정하게 추첨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1019회차에서 1등이 당첨된 50명은 우연의 일치로 추첨이 됐다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라는 단골 음모론에도 "로또 복권 추첨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되며, 해당 방송을 확인해보면 화면 상단 오른쪽에 라이브 문구가 떠있는 게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로또 번호 업체 한 군데에서 사전에 안내한 번호가 퍼졌다?

1등 당첨자 50명. 이는 2002년 12월 로또 발행 이래 최다 기록이다.

이 같은 당첨 소식이 발표되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로또 번호 업체 한 곳에서 사전에 안내한 번호가 퍼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목된 A업체는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업체도 아닌, 라이프스타일 소식을 카드 뉴스 등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디지털 미디어 기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A업체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천기누설 한번 가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등에 가장 많이 당첨된 로또번호'라는 제목으로 10개의 숫자를 제시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1등에 가장 많이 당첨된 로또 번호'로 43번(1위·174회), 27번(2위·166회), 34번(3위·164회), 17번(4위·162회), 13번(5위·161회), 12번(6위·160회), 1번(6위·160회), 4번(8위·159회), 39번(9위·158회), 33번(9위·158회)이 나열됐다.

A업체가 제시한 10개 번호 가운데 이번 최다 당첨자를 배출한 1019회차 1등 번호(1번·4번·13번·17번·34번·39번)가 모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글은 지난 2021년 3월 17일 발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954회(2021년 3월 13일 추첨) 기준 1등에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이번 최다 당첨자를 배출한 1019회(2022년 6월 11일 추첨) 1등에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와도 시점 차이가 있어 당첨 번호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주장과는 상반된다.

당시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에디터 B씨는 "누구나 로또에 관심이 많아 1등이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들을 독자들이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해당 내용은 로또 번호 예측 업체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당첨 관련 다양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에 역대 최다 당첨자가 나온 것을 보고 이전 데이터를 통계로 로또 1등이 많이 나온 번호들을 조합해서 꾸준히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았나 보다"라고 추측했다.

복권 관계자 측은 "로또 번호 업체에서 사전에 안내한 번호가 퍼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번호가 유출되는 것은 미리 사전에 당첨번호를 동행복권 측에서 확인해야만 가능한 건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계에서 공이 하나씩 추출되는 장면 하나하나가 생중계되는데, 어떻게 조작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겠냐"며 한탄했다.

연합뉴스

#로또 추첨 공의 무게는 모두 다르다?

조작설의 핵심 중 하나는 '공 무게로 조작할 수 있어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재부는 "방송 전에 경찰관과 일반인 참관 하에 추첨 볼의 무게와 크기, 추첨 기계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사전에 점검한다"고 명시했다.

동행복권측 관계자도 "생방송을 하기 전 경찰관과 일반인도 참가 가능한 방청객들과 함께 공의 무게나 크기 등 사전 검수 작업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수동 추첨 선택의 결과"…통계 기적은 '0'


이 같은 논란을 바라보는 통계학자의 시선은 어떨까. 김현중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이번 현상이 '통계적 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50명 전원이 '자동'을 선택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수동을 선택한 구매자들의 특정 선호도로 인한 결과"라고 내다봤다. 42명의 '수동 추첨' 당첨자들이 찍은 번호가 우연히도 역대 로또 1등이 많이 나온 번호들의 조합과 일치한 행운이라고 본 것이다. 1019회 번호조합은 역대 로또 당첨번호로 가장 많이 나온 조합이다.

앞서 11일 제1019회 로또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된 50건은 수동 추첨이 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 6건, 반자동 2건이었다. 44건은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6건은 인터넷에서 각각 판매됐다.

또 1등 당첨 게임이 50건(1게임당 1등 당첨액은 4억 3856만 5천원) 나와 직전 1018회 2명의 당첨자가 받는 상금이 123억 6174만 5천원인 것과 대조적인 결과를 냈다.

김 교수는 이번 50명 당첨에 집중하기보단 오히려 직전 회차에서 '자동'을 선택한 당첨자가 2명뿐인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르게 말하면 이는 '수동'을 선택한 이들이 전원 1등을 하지 못한 결과이며, 최근 200회를 조사해 본 결과 당첨 번호가 2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 또한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로또 용지. 연합뉴스

"가입하면 복권 당첨 100%"…늘어만 가는 상술 조심  


"로또에는 당첨 번호의 패턴도,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전남대학교 통계학과에서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로또복권의 당첨번호에 대한 무작위성 검정'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번호들은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무작위성을 만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활기를 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 사례도 늘어가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한 '로또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1건, 2019년 88건, 2020년 227건, 2021년 332건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하고 있다.

로또 예측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비싼 서비스에 가입할수록 당첨 가능성이 높다거나, 계약기간 동안 당첨이 되지 않을 경우 전액 환급 또는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등의 상술로 소비자를 유인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하지만, 당첨되지 않으면 환급하겠다고 약정한 경우에도 약관의 환급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환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당초 약속했던 환급 이행을 거절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 측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복권은 소액으로 건전하게 즐기고 당첨 자체에 과몰입하지 말 것 △사업자가 제시하는 당첨 가능성 등을 맹신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 △계약 체결 시 계약내용 외에 사업자가 추가로 제안한 내용은 약정서 작성, 녹취 등 입증 가능한 자료로 확보할 것 △로또 예측서비스 계약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비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계속 거래'에 해당하므로 해지를 원할 경우 사업자에게 내용 증명을 우편으로 통보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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