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구청장 당선인이 6월 중 예정된 지역 내 작은도서관 개관 행사를 자신이 취임한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 안팎에서는 구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주민 숙원 사업을 취임 이후로 미루라고 요구한 것은 지나친 '월권'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16일 부산 금정구와 금정구청장직 인수위위원회에 따르면 김재윤 민선8기 금정구청장 당선인은 최근 현안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작은도서관인 '북파크' 이전 개관식을 다음 달로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인수위 역시 당선인 의중에 따라 현안 보고 과정에서 담당 부서에 이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당선인 측은 북파크 개관일과 신임 구청장 취임일이 불과 일주일 차이인 만큼, 향후 도서관을 관리할 신임 구청장이 개관식에 참석하는 게 낫다며,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파크는 지역 기업인 파크랜드와 함께 2019년 조성한 작은도서관으로, 분기별 특강 등 인문학 프로그램과 주민 자체 소모임이 활발하게 열리던 곳이다.
하지만 부산시의 도로 확장 계획에 도서관 부지가 포함되면서, 결국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금정구는 도서관을 이용하던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자. 이전 계획을 추진해 대동대학 평생교육관 1층을 이전 장소로 낙점했다.
구는 이 달 안에 전체 면적 350㎡, 도서 1만권 규모의 도서관 조성 작업을 마무리한 뒤 23일 개관식을 열기로 하고 일부 주민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구청장과 구청장직 인수위가 개관식을 연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개관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구청 안팎에서는 원활한 구정을 위해 당선인과 인수위의 활동은 보장해야 하지만, 이미 일정 조율이 끝난 개관식을 취임 이후로 연기하라는 요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서관을 이용하던 주민들이 재개관을 기다리는 상황인 만큼, 개관식 연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주민 편의를 외면한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금정구 관계자는 "주민이 많이 찾던 곳이라, 이전 개관을 기다리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개관 일정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개관식을 연기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당초 지난 4~5월 중 개관할 예정이던 이 도서관은 이전 작업이 몇차례 지연되면서 6월로 개관 일정을 늦춘바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시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독서소모임 회원 등 주민들의 조속한 개관 민원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재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도서관 이전 개관을 자신의 치적으로 남기기 위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도서관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100평 남짓한 작은 면적의 주민 편의시설을 여는데 구청장 참석 일정까지 조율해야하느냐는 주민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김재윤 금정구청장 당선인은 일정 조율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협의하자는 취지였을 뿐, 일방적으로 개관식 연기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재윤 당선인은 "개관식을 7월로 연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전달받아 편한 대로 하라고 답변했다"며 "개관 일정을 미루라는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정구청장직 인수위 관계자 역시 "당선인 의중과 여러 상황을 고려해 개관식 연기 여부를 문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토해달라는 수준이었고, 일방적인 요구는 아니었다"라며 "개관식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