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 전 시장의 결재가 난 사안들이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의 이익은 늘려준 반면, 성남도공의 수익은 제한하는 내용들이어서 이 전 시장의 배임 혐의 입증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도공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조사에서 지난 2016년과 2017년, 이재명 전 시장을 직접 만나 △ 대장동·신흥동 1공단 부지 분리 개발 △ 성남도공의 예상 배당이익은 1822억 원이라는 내용을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보고 상황을 설명하며 상급자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이 전 시장에게 설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 측 참고인들도 정 변호사가 이 전 시장의 결재를 받은 문건을 건네줬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러한 직접 보고에 대해 성남시청 공무원들은 이례적이란 반응과 함께 상당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10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재판에서 남욱 변호인 측이 "성남시 직원이 비꼬는 말투로 '너희들이 직접 보고 잘하니깐 직접 보고해서 성남시장 지침을 받아라'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하자,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청 직원은 "(정 변호사가) 시청을 통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시장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이 성남도공 소속인 정 변호사가 성남시청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고 이 전 시장에게 직접 보고·결재 받은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보고된 내용들이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준 안건들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장동과 1공단 분리 개발은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사업 방식이다. 당시 성남시가 결합 개발 문제로 A업체와 소송 중이었던 상황이어서,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결합 개발이 유지될 경우 사업 리스크 등의 이유로 은행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 변호사의 분리 개발 관련 보고와 이 전 시장의 결재가 이뤄졌고, 성남시는 보고 직후인 2016년 2월, 이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결합 개발을 포기하고 분리 개발을 확정했다. 분리 개발이 결정되면서 화천대유는 1공단 토지보상금을 당장 마련하지 않아도 돼 대출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만배 씨 등이 이 전 시장의 결재를 받아낸 정 변호사를 크게 칭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영학 회계사는 '결재를 못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정 변호사가 받아 왔다. 김 씨가 정 변호사를 칭찬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을 이재명 성남시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을 이미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 [단독]檢, 이재명 배임 '피의자' 적시…관련자 조사까지 마쳤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2016년 2월 대장동과 제1공단 개발은 명목상 분리일 뿐 대장동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1공단 공원화 사업에 투입하는 것은 변동이 없었다"며 "대장동 사업자들이 사업을 분리하면서 추가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이 전 시장에게 두 사안을 직접 보고했다고 한 진술의 진위 여부가 곧 이 전 시장의 배임 혐의 입증에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CBS노컷뉴스에 "누구든 산하기관 실무팀장의 단독 대면 보고는 임기 기간 동안 전혀 없었다"며 "주로 서면 보고를 받았다. 필요 시 부서장의 대면 보고를 받으며 이때 담당 실무자가 동석하는 사례는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시장 측은 "부서장의 대면 보고 시 특정 팀장의 동석 여부를 기억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주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