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이 책을 본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려요."
경기도 하남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A씨는 지난 14일 학부모가 모인 단체 채팅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 2학년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 내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는 것.
학생이 빌린 도서는 '왜 욕을 하고 그래'.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네 컷으로 그린 만화책이다.
문제는 책 내용 곳곳에 욕설이 등장하다 보니,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만화 속 등장인물들은 'X벌', '미XXX' 등의 말을 주고 받는다.
이 같은 사실은 책을 대여한 학생이 학부모에게 말하면서 알려졌다.
논란의 도서는 2019년 당시 학교 측이 정식 절차를 거쳐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는 매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희망 도서를 취합해 출판사에 제출하고, 출판사는 아동용과 성인용 등을 구분해 최종적으로 학교에 납품한다. 학교 측은 도서위원회 등 절차를 통해 해당 도서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렇자 학부모들은 학교가 기준없이 무분별하게 도서를 채워넣었다고 지적한다.
A씨는 "책 자체는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문제삼을 순 없다"면서도 "문제는 욕설이 담긴 책이 초등학교 도서관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자라는 아이들한테 욕을 배우라고 하는 거냐"며 "하다 못해 책 제목을 봤다면, 한번이라도 내용을 살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부모들이 직접 교내 모든 도서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겠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해당 도서를 제외하는 한편, 교내 도서 전반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2019년 당시 매입한 도서는 맞는데, 어떤 경위로 들어왔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학부모들께 사과드리는 한편, 다른 도서 중에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들이 있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