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시리즈가 자윤에 이어 새로운 마녀와 함께 더욱더 강력해진 액션으로 돌아왔다. 뿌리를 향해 다가가는 마녀들의 여정을 열 '마녀 2'는 '마녀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과연 얼마나 더 세계관을 넓히고, 또 기존 캐릭터들을 갖고 어떤 확장된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캐릭터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예고하는 바로 그 '시작점'에 놓인 작품이다.
자윤이 사라진 뒤 정체불명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아크'가 초토화된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신시아)는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고 우연히 만난 경희(박은빈)의 도움으로 농장에서 지내며 따뜻한 일상에 적응해간다.
한편 소녀가 망실(亡失, 물건 따위를 잃어버려 없어짐)되자 행방을 쫓는 책임자 장(이종석)과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 총괄(조민수)의 지령을 받고 제거에 나선 본사 요원 조현(서은수), 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의 보스 용두(진구)와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소녀 안에 숨겨진 본성이 깨어난다.
주인공인 마녀는 말 그대로 '먼치킨'(엄청난 능력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캐릭터)이다. 눈빛과 손짓 하나로 악당들을 날리고 조각내고 주변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에 맞서는 악당 중에서도 주요한 역할들은 대부분 여성이 맡고 있다. '마녀 2' 속 여성 캐릭터들은 어설프게 여성성, 즉 섬세함이나 감정적인 요소들을 강요받지 않고 독보적인 능력을 지닌 캐릭터가 가진 본질을 드러낸다.
'브이아이피'까지만 해도 박훈정 감독의 세계는 남성 캐릭터 중심의 세계였고, 그 자리에 여성의 자리는 없거나 보조적이고 전형적인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박훈정 세계 속 여성 캐릭터는 '마녀'(2018) 속 구자윤(김다미)을 시작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낙원의 밤'(2021) 속 재연(전여빈), '마녀 2' 마녀(신시아)가 그 예다.
'마녀'의 자윤은 남녀 모든 캐릭터 중에서 최강의 능력을 지닌 마녀다. 여성 캐릭터에게 압도적인 능력을 부여하고, 마녀의 능력이 모든 사람과 상황을 압도한다. 여성의 섬세함이나 정서적 능력을 강조하기보다, 세계관 속 최강 능력자로서의 면모를 앞세운다. '낙원의 '밤 속 재연 역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다. 기존 누아르에서 남성 배우가 주로 이야기를 이끌었던 데 반해 재연은 여성 캐릭터지만 남성 캐릭터 사이를 누비며 영화의 결말마저 멋지게 이끈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초현실적인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만화적인 상상력을 덧댔다. 마녀와 토우 등 초인간적인 설정부터 인간의 범위를 한참 넘어선 존재들의 움직임인 만큼, 과도하고 과장된 움직임과 액션 시퀀스는 마치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보았던 모습과 닮았다. 오히려 여러 여건상 전편에서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액션 시퀀스나 장면들이 '마녀 2'에서 박훈정 감독의 상상력을 입고 신나게 표출되고 있다.
낮은 채도 속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화면을 통해 벌어지는 핏빛 어린 액션은 제주도라는 풍광을 낯설게 다가오게 만든다. 그리고 소녀가 가진 겉으로는 순수해 보이는 이면에 잠자고 있는 능력은 물론 순식간에 서늘한 표정으로 변해 액션을 펼칠 때, 화면이 가진 색감과 소녀의 분위기가 맞물리며 더욱더 몰입을 높인다. 다만 잔인한 정도가 높고, 욕설이 대사의 마침표처럼 계속 등장하는데 영화가 15세 관람가라는 점은 조금 우려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워너브러더스와 결별한 박훈정 감독이 NEW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마녀 2'는 마녀들의 뿌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시리즈를 다시 펼쳐가기 위해 '마녀'의 제반이 되는 모든 것을 펼쳐놓음으로써 사실상 'MCU'를 시작하려는 초석을 다진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보면 후속편이라기보다는 '리부트'에 가깝게 다가온다.
'마녀' 시리즈는 신인 여성 배우 발굴의 미덕을 지닌 영화이기도 하다. 박훈정 감독이 방대한 MCU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제3, 제4의 마녀로 어떤 얼굴들이 발굴될지 보고 싶어진다. 또한 '마녀 2'는 서은수의 재발견이라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대체로 발랄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강했던 서은수는 기존 이미지를 180도 뒤집는 캐릭터를 선보였고,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끌어낸 감독의 여성 배우와 활용은 이번에도 옳았음을 느낄 수 있다.
137분 상영, 6월 15일 개봉, 쿠키 있음,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