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채무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신용회복의 기회를 주는 의미있는 금융구제 정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기업살리기에 비해 뒷전에 머물고 있는 서민생계 대책은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시청 맞은편 국민연금공단 건물에 위치한 신용회복위원회 부산지부 사무실은 최근들어 방문자가 부쩍 늘었다.
지난 13일부터 금융채무불이행, 이른바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다급한 서민들을 위해 선제적으로 단기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개인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응찬 신용회복위원회 부산지부장은 "프리워크아웃제를 실시한 이후 신용회복위 방문자는 평소보다 2.5배 가량 늘었고,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도 하루 3~4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사연 가운데는 생활고로 인한 카드돌려막기나 영업난, 실직 등으로 감당하기 힘든 채무를 지게된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이 다수 포함돼 있다.
3개월 미만의 단기 연체자에 한해 연체이자를 감면해주거나 이자율 인하, 상환기간 연장 등의 방법으로 지원해 제도권 경제에서 퇴출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응찬 지부장은 "신용회복 신청자나 프리워크아웃 신청자의 사정이 다르지 않다"며 "하지만, 일단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뒤에 신용회복을 신청하면 무려 2년여의 기간 동안 신규 대출이나 신용카드 가입,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불가능해지는 반면, 채무불이행 단계에 이르기 전에 프리워크아웃 절차를 밟게되면 제도권 경제에서 퇴출되는 것을 예방해 그만큼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신용보증재단도 영업망을 대폭 확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증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연제구 본점과 강서구 녹산공단지점 등 두 곳에 불과했던 영업점 숫자를 최근 북부산지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까지 5곳으로 늘려 보증을 휘망하는 영세상인들의 불편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 부산시는 이달 중에 추경예산이 확정되면 애초 만 7천500개 업체, 3천500억 원으로 계획했던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지원 규모를 2만 5천개 업체에 5천억 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 부산지회 역시 최근 금융소외층을 대상으로 경제 자활을 지원에 나섰다.
YWCA 등 지역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부산, 경남지역의 다문화가정과 새터민, 아동복지시설,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모두 20여 차례에 걸쳐 소득과 신용관리, 저축, 금융사기 예방 등의 무료 금융경제교육을 실시한다.
1월중 부산지역 대출금 연체율은 1.7%로 지난 2006년 5월(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가계 연체율은 2.1%로 중소기업 연체율(1.9%)을 웃돌고 있다.
그만큼 서민 신용위기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의 금융지원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프리워크아웃제의 경우 서민들이 제도권 경제에서 퇴출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준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다수의 서민들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어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이다.
하루가 급한 신청자에게 지원 여부가 확정되기까지 내부심사와 채권금융기관의 동의 절차 등을 거치느라 2달 가량이나 기다려야 하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외환위기로 인해 발생한 신용불량자가 실제로는 상당기간이 경과한 2003~4년도에 대거 쏟아져 나온 점을 고려할때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연체이자에 대한 조정만으로 제도권 경제에 복귀가 가능한 경우라면, 그나마 안정적인 수입이 있거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중이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프리워크아웃제도를 비롯한 금융구제 제도는 부도나 파산 · 실직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무용지물인 만큼, 위기에 몰린 서민들에게 근본적인 자립과 자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서민구제대책과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실련 오태석 사무국장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부채는 스스로 갚아야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빚을 갚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는 것은 가정의 위기,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정부는 인식하고, 이들이 자활 또는 자립을 통해 차후에 스스로 빚을 갚을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합리적인 경제구조조정 등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한 근본적인 서민 구제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 살리기 못지않게 벼랑끝으로 내몰린 서민 살리기 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