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판' 깨진 화물연대 파업…'연장' 굳히기 나선 정부와 여당

尹, 산업계 피해 거론하며 대안 검토 지시…화물연대 파업 압박 강화할 듯
주말 중심으로 협상 벌이던 국토교통부-화물연대, 결국 '파토'
결국 국회 입법 문제지만…"국토부, 교섭 등에서 더 적극적 역할 보여야"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쌓여있는 컨테이너 옆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1주일을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최대 쟁점인 안전운임제에 대해 '일몰 연장' 타협안을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법과 원칙'만 강조하던 尹, "화물연대 파업 피해, 대안 검토하라" 주문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주부터 산업계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으니 다각도로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지난 7일부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등 5개 요구사항을 걸어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화물연대가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왔다.

파업 첫날인 7일에는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 행위든 간에 선거 운동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 왔다"고 강조했고, 9일에도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 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반면 파업이 본격화되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대화가 시작된 10일에는 '법과 원칙'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대신 "정부가 법과 원칙, 그다음에 중립성을 가져야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자기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축적돼나간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피해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하며 교섭 범위의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파업의 후폭풍을 막을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노동계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진실공방'에 빠진 국토부-화물연대 교섭…사태 장기화되나?


그동안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9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고, 특히 주말 동안 이틀 연속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교섭이 '결렬'됐다고 표현한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국민의힘, 화주단체까지 포함한 4자가 참여해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잠정안을 내놓아 합의했지만, 타결 직전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잠정안의 문구를 수정하는 수준이 아닌, 4자 공동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설명이다.

반면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실무 대화에서 논의된 것 중 하나로, 최종 합의가 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화물연대와 논의된 사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 과정에 일부 이견이 있어 결국 대화가 중단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이는 곧 때 아닌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다는) 그 부분은 사실무근이라 판단한다"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당에서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진짜 '열쇠'는 국회에…"국토부, 국민의힘 눈치 그만 보고 제 역할 다하라"


교섭 결렬 위기에도 화물연대가 굳이 '4자'합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총파업의 핵심쟁점인 '안전운임제'는 결국 법 개정사항이므로, 정부가 아닌 국회가 열쇠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최저임금 역할을 하는 '안전운임제'가 올해로 일몰을 맞아 폐지될 위기에 처한 데 대해, 일몰제도 자체를 폐지해 제도를 영구화하고 적용 대상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폐지, 전차종·전품목 확대 및 유가대책 등 2차 교섭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관련해 국토부는 올 초에 지난 3년 동안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를 보고해서 국회가 일몰기한 연장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국회 원 구성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보고를 미뤄왔다.

국회 거대 양당의 입장을 나누어 살펴보면, 지난 9일 화물연대와 만난 자리에서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부터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3일 정부와 야당을 상대로 관련 입법 문제를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민생에 대한 국회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지만 파업 중재는 뒷전인 채 의장 선출을 지연시켜 국회 정상화를 막고 있다"며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 안전운임제 등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최근 들어 안전운임 제도도, 일몰기한도 폐지하지 않겠다며 대신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타협안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 3년이 공교롭게도 코로나랑 고유가 이런 게 겹쳐서 정확한 성과 측정이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며 "이걸(안전운임제를) 영속화할 것이냐에 대해선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여당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여당이 '안전운임'을 유지하느냐, 폐기하느냐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대신 '일몰연장안'으로 화주와 화물연대 사이의 줄다리기를 선택한 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여론전에 들어선 가운데, 국토부야말로 교섭 현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핵심은 국토부가 너무 무능한 것 아니냐 싶다"며 "국민의힘,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에 대한 양보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면, 국토부가 주무부처로서 책임있게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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